마나님: '본질'이라는 단어가 가끔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본질'이 무슨 뜻이야? 가장 중요한 거, 뭐 그런건가?
나: 일반적으로는 '그것을 잃으면 더 이상 그 것이 아니게 되는 핵심 속성'이라는 뜻으로 쓰여. 존재론적 관점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 좀 다르지만 일단 쉽게 얘기하면 그래.
나: 예를 들어서 의자의 본질은 사람이 앉는 거지. 그래서 다리가 부러진 의자는 더 이상 의자라고 할 수 없어. 본질을 잃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우리가 먹는 돼지 갈비의 본질은 먹는 것, 혹은 맛있는 것일 거야. 맛이 없다면 돼지 갈비를 먹지 않을테니까? 돼지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마나님: 흐 - 음
마나님: 그럼 이상균의 본질은 뭐야?
나: 나의 본질?
마나님: (고개를 끄덕인다)
나: 글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일까? 아니지. 게임을 만들기 전에도 나는 나였으니까, 그건 아닐 것 같아. 뭔가를 만드는 사람? 아니면 뭔가를 쓰는 사람일까?
나: (잠시 생각한다)
나: 그것들도 다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이미 글쓰기를 13년째 쉬고 있는데, 글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내가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그 보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목표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까? 내 인생의 목표는 술을 마시는 건데.
마나님: 오!
나: 그렇네. 나의 본질은 '마시는 사람'이구나. (웃음)
나: 술을 마시기 위해 살고 있으니까. 책을 읽는 것은 술자리에서 할 얘기를 만들기 위함이고, 운동을 하는 것은 술을 마실 체력을 기르기 위함이고, 돈을 버는 것은 비싼 술과 안주를 사먹기 위함이니, 내 본질은 '마시는 사람'이라고 할 만 하네.
마나님: (웃는다)
(잔을 부딪힌다)
안녕하세요, 저는 게임 만들고, 책 읽고, 글 쓰는 이상균이라고 합니다. 두서 없이 몇 년을 읽고 쓰다보니 여기 저기 완성되지 않은 글들이 널려 있는데, 모아서 브런치북으로 묶어볼까 합니다.
몇권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1권은 니체의 초인, 포스트모던, 그리고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렵지 않게, 쉽게, 유쾌하고 재미있게 써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호모 비벤스 (Homo Bibens)는 '마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