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보호 프로그램
다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평일 아침에는 몸이 너무 피곤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든데 주말이나 휴일 아침에는 신기하게도 가뿐해 별 일도 없는데 일찍 잠이 깨는 그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네 살짜리 우리 딸아이를 봐도 이건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신기하게 들어맞는다.
아직 날짜 개념도 없는 아이가 평일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아침에는 어떻게 아는지 늦잠을 자고 잠자리에서 미적거린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주말이나 휴일 아침에는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지 엄마 아빠 보다 더 일찍 일어나 온 집안을 쑤시고 다닌다. 엄마 아빠가 안 일어나면 탬버린을 들고 와서 흔들며 깨운다.
아이의 이 행동을 보기 전에는 평일 아침에 몸이 무거운 것이 내가 게을러서, 일이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출근이나 뭔가 의무적인 일을 해야 하는 평일을 대하는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평일에는 몸이 알아서 아침에 최대한의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일 분이라도 더 쉬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자기 보호 프로그램이 인간의 몸에 탑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의무적인 일이 없는 주말에는 아침에 무리하게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 자기 보호 프로그램이 해제가 되어 쉽게 눈이 떠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우리 몸에는 그날 필요한 에너지를 아침에 축적해 두는
자기 보호 프로그램이 자동 탑재되어 있다.
이제는 평일 아침에 몸이 엄청 무겁다고 느껴질 때는 '아이고, 이런 몸 상태로 어떻게 또 오늘 하루를 보내나?'라는 푸념이 아니라 '아, 내 몸이 오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기 위해 미리 축적해 두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구나! 오늘도 힘이 넘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평일 아침의 무거운 몸을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라고 평일 아침 잠자리에서 미적거리며 일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합리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