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곱셈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는 방법
여섯 살 아들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들은 다행히 엄마를 닮아 장점이 많습니다.
반면, 딸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딸은 아빠의 부족한 모습, 못난 모습을 많이 봐야 했거든요.
예를 들어, 소파에 드러누워 두 시간 동안 쇼츠를 보고,
넷플릭스를 네 시간 연속으로 보는 모습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태어난 뒤, 제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 아들의 기억 속에는 TV 앞에 앉아 있는 아빠 모습은 거의 없을 겁니다.
대신, 책을 읽거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남아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아들은 책에 아주 익숙합니다.
얼마 전, 누나와 함께 구구단을 연습하다가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아들이 정답을 말하는 겁니다.
처음엔 우연히 맞췄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계속 정답을 말했습니다.
혹시 벽에 붙어 있는 구구단 보드를 보고 대답하는 건가 싶어 물었습니다.
“아들, 이거 보고 대답하는 거야?”
아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빠: 7 곱하기 4는 뭐야?
아들: 28
아빠: 이건 어떻게 생각했어?
아들: 14가 두 개 있다고 생각했어.
아빠: 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어?
아들: 7 더하기 7은 14잖아? 그게 두 개라고 생각했어.
외워서만 구구단을 배웠던 저로서는 정말 신선한 접근이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곱셈이 아니라 ‘개념’이었습니다.
수의 원리를 이해하고 접근한 방식처럼 보였죠.
그게 참 신기했고, 대견했습니다.
우연히 유시민 작가님의 강연을 보다가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자식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작가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작가님도 어린 시절, 부모님이 책 읽는 모습을 가까이서 자주 봤다고 했습니다.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말씀은 이렇습니다.
“각자의 시기에 맞는 책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유치원생은 유치원생이 읽는 책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 읽는 책을,
성인은 성인이 읽는 책을 보면 됩니다.
책은 ‘재미’를 통해 다가가야 합니다.
선행학습이라는 이유로 책의 재미를 잃게 된다면,
우리는 책 보다 더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말씀이, 제게 크게 와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