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내게 진정한 인생 선배입니다
대학교 시절, 유독 기억에 남는 후배가 한 명 있습니다.
그는 늘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학기 중에도 강의실보다 일터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 친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이 더 돈이 되는가였습니다.
평일에는 일용직으로 거친 현장을 누비고,
주말이면 예식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늘 일이 삶의 중심에 놓인 고단한 날들을 살아냈습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빠지는 날도 점점 늘어갔습니다.
취업 시즌이 닥쳤을 때, 그의 손에는 남들 다 하나쯤 갖고 있던 흔한 자격증조차 들려 있지 않았습니다.
번듯한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동기들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아야 했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고, 마음까지 가난해지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누구보다 사람에게 진심인 사람이었습니다.
동기 중 누군가 좋은 곳에 취업하면 꼭 제 일처럼 기뻐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곤 했습니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면서도 과 회식이나 모임이 있으면 늘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취기가 오른 사람들을 하나하나 챙겨 배웅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 친구는 참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이제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고된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지만,
그의 가족들 곁에는 늘 맑은 미소가 머뭅니다.
그가 땀 흘려 일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단단하고 또 고귀한 것인지, 새삼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밝아집니다.
주변을 웃게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녹여주는 특유의 기운이 그에게는 있습니다.
이제 나는 그를 더 이상 고생 많던 후배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며 끝내 행복의 꽃을 피워낸 사람,
그는 이제 내게 진정한 인생 선배입니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