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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Jul 29. 2024

남편 육아의 어려움 인식하기

지금까지 행복한 육아를 위해 남편이 해야 할 일들을 열거해 보았는데 이제 남편이 해야 할 마지막 일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남편 육아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것인데 특히 첫 육아를 경험하는 남편들이 이런 어려움들을 미리 인지한다면 육아 과정에서의 힘듦을 이겨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힘든 당사자는 당연히 아내다. 남편들도 그런 아내의 힘듦을 덜어줌과 동시에 동반자로서 육아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때론 서운함도 느끼고 때론 힘이 빠지기도 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물론 아내도 그런 상황을 셀 수없이 겪겠지만 이 글이 남편 육아에 대한 글인 만큼 남편입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들에 대해 일단 살펴보고자 한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남편 육아의 어려움은 바로 아무리 육아에 최선을 다해도 아이들에게 우선시되는 존재가 될 수 없고, 육아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없으며 노력한 만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어려움들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결하거나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1. 최고 목표가 2등인 남편의 육아

남편의 육아가 힘든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아무리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아이 관점에서 아빠의 최고 순위는 2등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2등이라는 순위도 남편의 희망사항일 뿐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이에게 1위는 당연히 엄마이며 2등이나 3등은 보통 자신을 돌봐 주시는 외할머니 또는 친할머니이고, 그다음 순위는 육아도우미, 어린이집 선생님, 고모나 이모 등일 것이다.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남편은 아무리 잘해야 3등 또는 4등인 경우가 많고 2등이라는 순위는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순위일 것이다. 아이는 투자한 시간과 그에 대한 결과가 정확히 비례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입장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은 자신과 시간을 많이 보내주고 잘 보살펴주며 애정을 쏟아주는 사람인 것이다. 남편이 다른 사람에 비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단순히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존재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또한 설사 남편이 최선을 다해 아내 다음으로 2등인 존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같이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는 1등만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아이는 자신의 우선순위 1등인 엄마의 돌봄만을 받고 싶어 할 뿐 아빠는 엄마의 돌봄을 방해하거나 대신하려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의 세상은 말 그대로 1등만 기억되는 세상인 셈인데 아이를 처음 키우는 초보 아빠 입장에서 이런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서운함과 더 나아가 마음의 상처까지 받을 수 있다. 아침에 아이가 깼을 때 아빠가 안아주려고 하면 울면서 엄마가 안아달라고 떼쓰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옷을 입힐 때 엄마한테만 해달라고 하거나, 길을 갈 때에도 엄마 손만 잡으려고 하거나 책을 읽어줄 때에도 엄마가 읽어달라고 하는 등의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아빠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까지 들기도 한다. 이런 아이의 모습은 다둥이일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여러 명을 한 번에 볼 수 없는 엄마를 차지하기 위해 아이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아빠는 다른 형제에게 떠넘겨야(!) 할 존재로까지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아이들을 재울 때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빠 저리 가"인데 쌍둥이들이 서로 엄마와 마주 보고 자고 싶은데 아빠가 자기 옆에 오면 엄마가 다른 형제와 마주 보고 잘 까봐 싫어하기 때문이다. 처음 한동안은 그 말을 들을 때 얼마나 서운하고 속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서운한 말도 계속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엄마에 비해 부족한 아빠의 육아를 떠올리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 이후로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남편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서운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더라도 아이와 꾸준히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의 시간'을 기다리라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엄마보다는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아빠가 더욱 잘 놀아줄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되고 그때 아이가 아빠를 부르고 찾게 하기 위해서는 아빠와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아내만 찾는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실망만 하지 말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남편이 계속 노력한다면 어느 시점에는 아빠가 원하는 행동을 아이가 보여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이의 우선순위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엄마가 없고 아빠만 있는 상황에서는 아빠도 일시적이나마 우선순위 1등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과정에서 잠깐이라도 이러한 일시적 1등에 만족해하며 꾸준히 노력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결국 아빠의 시간이 오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2. 주도권을 쥘 수 없는 남편의 육아

남편이 육아에 적극 참여할수록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방식과 관련해서 본인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아무리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육아방식에 대해서는 아내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아내와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모든 부분에서 남편 본인의 의견을 접고 아내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실제로는 쉽지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결국 육아의 주도권과 관련된 부분이기도 한데 일반적으로 아내가 남편에 비해 육아기여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아내가 거의 모든 의삭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설사 남편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육아 관련 일들도 더 많이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엄마로서 가지는 어드밴티지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육아의 주도권은 아내가 갖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아내와 의견대립을 하는 것은 부부가 행복한 육아를 수행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가 당연히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이런 생각의 다름이 부부가 육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까지는 육아와 관련된 아내의 의사결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아내의 의견을 따르라는 것은 아니며 남편 본인의 의견을 말하고 함께 상의는 하되 결정은 아내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육아에 있어서 아내의 주도권은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아이에 대한 본격적인 행동교정과 훈육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비로소 남편의 의견과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허용적이고 수용적인 돌봄보다는 때론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 훈육하기 위한 돌봄이 요구될 때 아내와의 의견충돌로 접을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의견이 필요한 시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기가 오기 전 아내와의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남편 본인의 의견이 무시되고 배제된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아내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아이를 돌보는 것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가 오게 되면 남편이 이전에 얘기했던 방식으로 스스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편의 의견이 언젠가는 반영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 육아방식과 관련해서 남편과 아내의 의견이 충돌했을 때 한쪽이 무조건 맞고 한쪽이 무조건 틀리는 경우는 없다. 그보다는 아이의 성장단계별로 어느 의견이 더 적합한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서의 육아가 남편 본인의 의견대로 수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답답해하거나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3. 인정받기 어려운 남편의 육아

남편이 아무리 힘들게 육아를 수행한다고 해도 아내라는 자기희생의 거대한 존재 앞에서는 그 힘듦을 인정받기 어렵다. 남편은 주위의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비교할 때 본인이 육아와 가사에 많이 참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교 대상이 친구나 회사 동료들이 아닌 아내가 되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남편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육아와 가사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고생한다고 얘기를 해주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인정이나 칭찬을 육아 파트너인 아내에게 받고 싶은 생각 또한 당연히 들 수 있다. 하지만 아내에게 그런 얘기를 들을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내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어도 모자랄 판에 남편 본인이 육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그동안 뭘 했길래 힘드냐는 아내의 불만과 짜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글에서 얘기한 남편이 해야 하는 일들을 모두 수행한다고 해도 아내 육아의 힘듦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노력하고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아내가 인정하고 공감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서운해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역할은 크게 보이기 마련이고 자신의 실수는 작아 보이게 마련이다. 남편의 육아 노력에 대해 인정받기 어려운 점에 대한 해결방안은 딱히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육아와 가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누구로부터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나보다 훨씬 더 희생하고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한다면 본인의 고생을 누가 인정을 해주는 지의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남편의 육아와 가사 참여의 대가는 누구로부터의 인정이나 칭찬이 아니라 본인과 아내, 그리고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기억하자.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힘듦보다는 훨씬 더 고생이 많은 아내를 칭찬하거나 격려하고 공감해 주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도록 하자.

 
위에 얘기한 남편 육아의 어려운 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육아를 수행하는 남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어려움들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있을 수 있겠지만 아내가 느끼고 겪고 있는 어려움은 남편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남편 육아의 어려움은 인식은 하되 아내에 대한 불만이나 서운함으로 표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신 아내와 얘기를 할 때 서로에 대한 이해차원에서 본인이 느끼는 것들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정도면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육아를 위해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의 끝을 맺으면서 육아라는 긴 여정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시험이 아닌 아이와 아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족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는 여행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 여행을 함께 시작한 아내와 행복한 육아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육아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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