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 쿠스오의 재난>에 등장하는 추임새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예쁜 것, 맛있는 것 등을 보면 자동으로 내뱉는 이 만화 세계관 추임새.
커피젤리. 내가 ’어흑‘ 소리를 내며 항상 감탄하며 먹는 음식이다. 푸딩은 익숙하지만 커피젤리는 생소한 여거분을 위해 간단한 커피젤리 영업글을 던진다.
만화 속 음식을 보며 꼭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저게 대체 뭔 음식이지? 싶은, 그렇지만 그게 판타지 만화 속 공룡고기같은 것이 아닌 현실에 있을 법한 음식이라면 그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앞서 언급된 나의 최고의 밥친구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에서의 커피젤리는 그런 동경과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해당 만화를 보는 것을 꼭 추천한다. INTP 사이키 쿠스오가 유일하게 눈을 반짝거리는 순간이 바로 내가 지금 영업하는 커피젤리를 먹을 때이다. 진정한 커피젤리를 찾기 위해 마트를 뒤지고, 혼자 분위기 좋은 감성 카페에 숨어서 커피젤리를 즐기고, 마트에서 여러 브랜드의 커피젤리를 엄선하는 과정을 보면 ‘대체 저게 뭔데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했다. 일본에 가면 꼭 먹어봐야지. 그리고 따라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모든 종류의 커피젤리를 털어오고, 카페에 커피젤리 도장깨기를 하는 행위를 말이다.
part 2. 지금의 커피젤리가 되기까지
몇 년 전 오사카에 가 처음으로 커피젤리를 영접했다. 만화에 나오는 좋은 킷사텐에서의 디저트가 아닌 편의점 커피젤리였지만, 이후 지금까지 다른 것들을 제치고 단연 최애가 되었다. ‘cream sweats’ 회사의 것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발행하는 korea science에 이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일본 대표커피젤리 브랜드인 ‘cream sweets’의 역사와 디자인 등을 톺아본 기사라 ‘세상에는 별 신기한 기록들이 다 있구나’생각하며 굉장히 흥미본 글.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젤리+크림 의 형태가 이 회사의 제품에서 나왔다는 점을 기사에서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역시 원조이기에, 최고의 맛이나오는구나' 생각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옆나라 한국에서 보내는 진정한 팬심과 애정을 보고있나 cream sweets 커피젤리에서 크림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니 말이다.
보통 커피맛 젤라틴 덩어리 위에 크림이 살짝 올라간다. 굉장히 마이너한 음식이다. 파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14년 미국에서 가정학을 전공한 오코노기다케시가 <요미우리 신문>에 레시피를 소개하며 시작되었다. 여기서도 보이듯이 사실 커피젤리 레시피의 원조는 일본이 아니다. 커피 자체가 서양에서 넘어왔듯 커피젤리 레시피 또한 180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존재했던 레시피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이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커피 젤라틴’의 이름으로 디저트화 되었지만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그 레시피 이후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이제 꽤 흔하게 보이는데, 푸딩, 크림소다 등을 파는 아기자기한 일본의 킷사텐 카페들과 꽤 어울기는 비주얼이기에 ‘채택’되어 남아있지 않았나 하는 가정을 해본다. 이렇게 마이너한 음식을 애니메이션과 일본 소녀들의 브이로그를 통해 “귀엽고 신기한 음식”으로 받아들여져 궁금증을 자아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커피젤리=사이키 쿠스오 라는 연상을 하는 사람이 많기에 나도 그랬듯 이 만화가 커피젤리의 존재를 알리는데 한 몫을 톡톡히 했다고 본다.
part 3.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최고의 커피젤리를
한국에 푸딩 붐이 온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탱글탱글한 푸딩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있으면 마음까지 평화로워는 기분이라, 자연스럽게 손과 지갑이 향하게 된다. 한국의 편의점 음식은 일본을 따라잡지 못했고, 우리는 항상 일본에 편의점에 종을 울리면서 들어가 푸딩을 쟁여오는 행위를 하곤 한다. 그런 여러분들에게 추천한다. 푸딩 바로 옆에 있는 초록 뚜껑의 커피젤리를 집어보라고.
아쉽게도 한국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커피젤리가 판매되고 있지 않다. 여기에서 소리친다. 제발, 출시해달라고. 이런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생겨서일까, 한국의 일본풍 카페들이나 푸딩전문점에 요즘 커피젤리들이 간혹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의 원조 커피젤리에 익숙해진 나는 정말 많은 실패를 통해 진정한 커피젤리는 무엇일까 …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1) 적당히 말랑거리며 탱탱한 젤리
2) 적절한 당도
3) 약간 커피 맛이 섞인 젤리와 어울리는 크림
을 적용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그 맛을 찾기 위해 한국에서도 커피젤리 가게 도장깨기를 하고 다닌지 오래. 글을 마무리하며 그런 도장깨기 속 일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가게들을 소개한다. 푸딩의 시대 끝에 커피젤리의 시대가 오기를, 사이키 쿠스오 더 힘써줘!
-연남 ‘아메노히 커피점’
-상수 ‘카페 델문도’
-성수 플로피
-목동 페이버
-전포 사랑방 다실
푸딩의 탱글함과 귀여움, 달콤 쌉싸름한 어른의 맛까지 모두 담고 있는 커피젤리의 매력을 전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