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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 grrgak Apr 12. 2024

[교.감.우] 이경준 사진전: ONE STEP AWAY

#23 Editor. 우주



감성 프로젝트 증발 사건

빠르게 돌아오겠다던 에디터 우주의 감성 프로젝트가 예고만 남기고 한 달 만에 돌아온 사건이다. 저의 귀찮음을 자책하며 글을 시작해보겠습니다.     


프로젝트로 다녀온 첫 전시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진행 중인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입니다. 당시에는 3월까지 전시가 진행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2월 중순에 다녀왔었는데, 9월 18일까지 전시가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이 전시를 알게 된 경로는 간단합니다. SNS에서 인기가 많더군요. 예술에 대한 높은 식견이 없는 저에겐 일단 인기가 많은 전시부터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림보다는 사진이 더 쉽고 친근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건물의 기하학적 구도, 시간에 따른 빛의 색감, 사람들의 섬세한 움직임, 이 모든 것을 원경으로 담은 사진들”

입구 벽면에 작가에 대한 소개부터 붙어있었는데요, 관람하다 보면 이 글에 적힌 작가가 담고 싶어 하던 것들이 저에게도 잘 느껴지더라고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을 보기 전에 작가님에 대해 먼저 알아봅시다. 원래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작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뉴욕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경준 작가는 사진작가와 물리치료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힘들었던 대학원 시절 우연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에 새로움을 느꼈고, 이후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도시의 패턴을 관찰하고 익숙한 도시 풍경을 멀리서 포착하여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들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국내 뮤지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이번 전시가 첫 번째 개인전입니다.




CH 1. PAUSED MOMENTS     

첫 번째 챕터는 “빛의 시간”을 테마로 합니다. 테마에 맞게 노을이 지는 도시, 밤의 도시 등 여러 시간대의 도시들을 찍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작가님의 인터뷰 영상도 재생 중이었습니다. “무채색의 건물이 햇빛을 머금은 순간 같은 것이 큰 힘이 되어주고, 도시 패턴과 도시 사람들이 만들어낸 규칙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영상을 보다가 인상 깊었던 문장을 메모했었는데요, 어떻게 맨날 지나가는 그 도시 속의 건물과 사람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걸까요? 역시 작가란,, 대단합니다.


CH 2. MIND REWIND     

두 번째 챕터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주요 무대인 건물과 그 사이 기하학적 패턴을 조명합니다. ‘Patterns & Dots’와 ‘Escaping Avenue’ 두 가지 존으로 구성되었습니다. ‘Patterns & Dots’존은 제목처럼 반복되는 규칙적인 패턴의 창문들이 있는 건물 사진들이 있었는데요, 네모네모 창문들에서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건물 사이에 작게 찍힌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주로 햇빛을 맞으며 썬베드에 누워 쉬는 모습이 많이 포착되었는데 계속 보니까 저도 대충 낮 12시쯤에 어디 그냥 벌렁 누워서 광합성이나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근데 미국이라 그런지 다들 복장이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전시 설명에 ‘순간과 찰나에 집중’이라고 나와있었는데요.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이 곧 순간들이고, 건물에 해가 지는 것도 실은 초마다 미세하게 변하고 있을 테니 이런 순간과 찰나들에 집중했다는 거겠죠? 저는 사실 이 전시를 보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진을 보면 딱 와닿는 게 너무 좋았어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숨겨둔 작품을 이해하는 건 너무 어렵거든요.


CH 3. REST STOP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였습니다. 챕터의 제목처럼 정말 휴식을 주는 느낌이었거든요. 세 번째 챕터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초록색 벽이었습니다. 전시된 사진들도 나무, 숲, 공원의 풍경이었고 배경음악도 상쾌하고 경쾌한 느낌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였습니다. 기분 탓인지 숲 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피톤치드도 막 나올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쉬어갈 수 있게 좌석들도 마련되어 있어서 저도 앉아서 멍 좀 때렸습니다. (숲멍이라고 하나요?)     


CH 4. PLAYBACK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면, 고민은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죠. 제가 넓은 시야를 통해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관람객분들도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 챕터는 앞의 공간들에 비해 작았습니다. 대신 흥미로워 보이는 작은 체험존이 있었습니다. (참여형 전시라고 하는 것 같네요) 사실 이런 체험존에 잘 참여하는 편은 아닌데, 당시에 고민이 있어서 고민을 갈아버리고자 열심히 파쇄기를 돌려봤습니다.        

       

전시회 자체를 굉장히 오랜만에 간 것이었는데, 직관적이어서 재밌게 보기 좋은 전시였습니다. 그리고 뉴욕의 여러 일상적인 장면들이 담겨있는 전시다 보니 저도 뉴욕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빨리 뉴욕에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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