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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ul 11. 2024

똥개새끼는 예뻤다

개장수 성공신화.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두천의 본가는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에 키를 맞추어 죽 나열되어 있는 흔한 형태의 2층 건물이다.


2층은 우리 식구가 살아가는 가정집이고 1층은 공업사와 훗날 건설회사를 운영하시던 아버지께서 사업장으로 사용을 하셨다.  

   

그 1층 공간에서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웠더랬다.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키운 것이 아니라 한 마리씩 키웠던 개가 여러 마리였다.


그 당시에는 개가 사람하고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집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모든 집에서는 그랬다.    

  

어째서 여러 마리를 키워봤느냐면

키우는 개들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 못했던 게 이유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변에 있는 집이다 보니, 아차 하는 순간에 개가 차도로 뛰어나가 교통사고로 죽는 녀석도 있었고, 돌아다니다가 누군가 설치한 쥐약을 먹고 죽는 녀석도 있었다.

혹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누군가 잡아가는 것이다.

그때는 그랬었다.

때문에 나는 아프고 슬프게도 여러 마리의 개들과 이별을 겪어 보았다. 

    

그 당시 키우던 녀석들은 품종견이 아닌 흔히 말하는 잡종견, 즉 똥개였다.

똥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똥개새끼가 얼마나 포동포동 하고 예쁜지...

물론 모든 새끼 강아지들은 예쁘다. 

그런데 똥개는 성견에 비해 새끼일 때가 유독 예쁘다. 

진짜다.     


그렇게 키우던 똥개가 새끼를 낳게 되면 대게 이웃집에 나눠준다.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울 공간도 없었을 뿐 아니라, 그때는 그게 일종의 관습이었다.     



내가 군대까지 갔다 온 대학생 때 얘기다.

집에서 키우던 똥개가 새끼를 낳았다.

예의 그 포동포동 하고 너무 예쁜 똥개새끼를 말이다.

정말 예뻤다.


그런데 동네에 강아지를 가져갈만한 집이 없었다.

키우는 개가 있거나 혹은 예전처럼 개를 키우는 집이 많지 않았거나.     


며칠을 지켜보던 젊은 나는 5마리의 새끼를 종이박스에 넣어서 장터로 나갔다.

개장수가 되어보기로 한 것이다.   

  

마침 장날이었다.

지금도 동두천에는 5일장이 열리고 있다.   

  

강아지를 싣고 나가려 하자 엄마는 

“네가 어떻게 개를 팔고 오겠느냐”며 전혀 기대하지 않는 눈빛을 하셨고, 

나는 “얘들 팔아서 용돈을 드리겠노라” 큰소리를 치고 집을 나섰다.  

   

장터에 도착해서는 강아지들을 차에 남겨둔 채로 장구경을 먼저 했다.

시장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마침 작은 강아지들을 팔고 있는 좌판이 몇 개 있었다.     

우선 그 좌판으로 가서 물었다.

“할머니, 이 강아지 얼마예요?”

“한 마리 2만 원” 

“네, 그렇군요”     


시세를 파악한 나는 차로 가서 박스에 담겨있는 꼬물이 5마리를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그 좌판 쪽으로 가서 1마리에 1만 원에 드릴 테니 강아지를 사라고 권했다.

장사치들은 펄쩍 뛰었다.

안 사겠단다.

강아지를 팔러 나온 사람에게 오히려 강아지를 사라고 하니 펄쩍 뛸 만도 하겠지.     


나는 여유롭게, 저 옆쪽에 가서 이 강아지들을 한 마리에 1만 5천 원에 팔겠노라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 강아지들은 너무너무 예뻤다.


예상대로 흥정이 들어왔다.

한 마리 5천 원에 달란다.

난 고개를 외로 꼬며 강아지 박스를 들고일어났다.

다시 나를 잡는다.     


결국 개장수 시작 몇 분 만에 만 원짜리 지폐 5장을 들고 금의환향하였다.

약속대로 엄마와 나눠가졌다.

정확히 얼마씩 나눴는지는 기억에 없다.

     

훗날 알고 보니 장날이란 게 아무나 뭘 들고 가서 막 팔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상인끼리 자리도 사고팔고 하는 조합 내지 규율이 있다고 한다.     

그걸 모르고 막무가내로 나간 탓에 강아지를 팔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는 지금보다는 장날 문화가 좀 더 관대하고 여유로워서 용서가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똥개새끼들이 너무 예뻤기 때문에 후딱 팔고 돌아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장사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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