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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Sep 12. 2020

기후위기와 관련된 사실들과 생각들

지난주 수요일의 샌프란시스코.. 산불�


1. 지구는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정도의 대멸종을 겪었다. 이 중 공룡 멸종을 제외한 네 차례의 대멸종은 모두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예를 들어 2.5억 년 전의 대멸종 때는 지구의 온도가 5도 올라갔으며, 96퍼센트의 종이 소멸했다.

2. 현재 대기 중에 있는 탄소의 절반 이상은 최근 30년 동안 배출된 것이다.

3. 저위도 지역은 높은 온도와 침수 등으로 인해 점점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세계은행은 2050년경 기후위기로 인한 난민의 규모가 1.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UN의 전망은 그보다 높은 2억 명이다.

4. 이대로라면 2040년경 지구의 온도는 1.5도, 2100년경 지구의 온도는 4도 상승한다. 그러면 해수면 상승으로 수백 개의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베네치아, 자카르타, 선전, 페이스북 본사, 백악관, 마이애미 비치, LA의 산타모니카, 그리고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거의 전 지역까지. 그중에는 미국이 핵실험을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마셜 제도의 섬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만 놓고 봐도 반세기 안에 현재 가치로 대략 1조 달러 어치의 부동산이 높은 확률로 물에 잠길 예정이다.

5. 기후위기는 전례없는 자연재해를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 홍수, 폭염, 산불, 태풍이 일상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그러고 있기도 하고.

6.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평균 1% 하락한다. 지난 40년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언제나 5%를 밑돌았다. 이대로라면 2100년이 되면 인류의 경제 규모가 조금씩 작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7.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단위면적당 식량생산량은 10% 하락한다. 기후위기에 따라 경작 가능한 토지도 줄어들 것이므로, 2100년이 되면 인류는 지금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식량을 생산하게 될 수도 있다. 참고로 UN은 앞으로 30년 동안 인류의 식량 수요가 2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8.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1/3은 식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9. 인류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70%는 폐열로 낭비되고 있다. 미국인은 유럽인보다 2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미국인은 음식의 1/4을 버리고 있다. 상위 10% 부자들의 탄소배출량이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되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지금보다 1/3 정도로 줄어든다.

10.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는 데 사용되는 전력량은 현재 전세계 전기 사용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11. 중국은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는 평균적으로 절반 이하의 시간만 가동된다. 아직도 두 배 이상의 여력이 남은 셈이다. 2000년 이후 전세계의 석탄 화력 발전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12. 현재 여름철 최고기온 평균이 35도 이상인 도시는 350개 정도다. 2050년에는 1,000개 가까이 될 것이다.

13. UN은 2050년이 되면 세계의 도시에서 사용 가능한 담수의 양이 지금의 2/3로 감소할 거라고 추정한다. 세계적으로는 무려 약 5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08년 가뭄으로 인해 프랑스에서 식수를 수입해 와야 했다. 런던과 피닉스 같은 도시들은 이미 물 부족에 적극적으로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14. 세계 인구의 절반은 고도가 높은 지역의 눈이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흐르는 강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100년이 되면 알프스의 눈은 70% 이상 녹아 없어질 것이다.

15.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의 인지 능력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16. 아이러니하게도, 미세 플라스틱 등 비탄소계 오염 물질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햇빛을 반사해 온실 효과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17. 기온이 오르면서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말라이아, 황열병, 라임병 등 전염병의 파급력 역시 강해지고 있다.

18. 온도가 0.5도 오를 때마다 무력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10~20퍼센트 정도 상승한다. 범죄율도 상승한다. 자살률도 상승한다(미국은 1도당 1퍼센트, 멕시코는 2퍼센트). 우울증과 조현병, 치매 같은 정신 질환도 악화시킨다.


그래서..

1. 구조적인, 장기적인, 세계적인 저성장 또는 역성장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식량과 물 등 자원 위기, 그리고 잦은 대규모 자연 재해가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것 같다.

2. 파이가 커지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땅따먹기가 시작된다. 기득권과 나머지 대다수의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본소득 논의가 힘을 얻을 것 같다. 토착민과 이주민(또는 난민)의 갈등도 커질 것 같다. 국가 간의 갈등도.

3.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다. 식량, 수자원, 자연 재해를 대비한 인프라, 의료(특히 전염병), 그리고 사회 안전망. B2G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민간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4.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정부가 득세할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부, 그리고 사실상 독재 국가들에서의 권위주의 정부. 새로운 시대의 바람직한 정치 체제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5. 캐나다가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토가 옥토로 변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영토가 크게 넓어지는 나라.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 세계 각지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이민의 형태로 빨아들이고 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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