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을 읽고
0. 빌 게이츠와 오바마가 추천해서 유명해졌고, 이번 시즌 #트레바리 #무경계리브레 의 마지막 책이기도 한 #타라웨스트오버 의 #배움의발견.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적 역량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본인의 삶을 통해 힌트를 준다. 1)주체적으로 사고하는 힘, 2)호기심, 3)과학적으로 사고하는 힘.
1. 자의식 과잉의 시대다.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신의 뜻에 따라, 높으신 분들을 위해,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SNS가 끊임없이 욕구를 상향평준화시키고, 아이들이 김봉진과 아이유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돼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 하나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비대해진 자아에 비해 현실은 대개 남루하다. 모두가 봉준호나 지코가 될 수는 없다. 우리 대부분은 지코의 친구 또는 봉준호의 친한 선배의 사촌동생이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고 만족해야 할 나만의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불행해지고 허무해진다. 그리고 불행과 허무는 쉽게 분노와 혐오로 이어진다.
주체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안다는 것과 같다. 세상이, 미디어가, SNS가, 가족과 주변인이 일반적으로 줄을 세우는 방식 외에도 내 삶이 충분히 매력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나름의 근거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2. 호기심은 안 해본 생각, 겪어보지 않은 감각, 본 적 없는 풍경을 바라는 마음이다. 호기심 있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불편해하기보다는 애정한다. 세상은 갈수록 긴밀하게 연결되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마주칠 일 없었던 나와 다른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과 마주할 일이 잦아질 것이다. 이럴 때 호기심은 낯섦과의 조우를 갈등이 아니라 설렘과 창의로 이어준다.
호기심도 능력이고 습관이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계속해서 느끼지 않으면, 호기심은 곧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에 그 자리를 내준다. 쉽게 만족하지 않고 귀찮을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한 용기이기 때문이다.
3. 그 어느 때보다 그럴듯한 거짓 정보들이 넘쳐나고,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합리적으로 회의할 줄 아는 겸손함과 함부로 경솔한 아이디어에 먹이를 주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수없이 밀려드는 정보와 견해를 개인 단위에서 걸러낼 수 있는 역량이 절실하다.
과학적 사고방식은 무지로 인한 비극, 의도된 혐오와 맞서는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다. 과학은 겸손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쉽게 '이것이 참'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내가 겪었는데' '누가 그렇다더라' 같은 이야기는 절대로 근거가 될 수 없다.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른바 '피어 리뷰'를 충분히 거친 다음에야 '제한적으로' '더 나은 가설이 등장하기 전까지' 참인 사실들이 탄생한다. (딴 얘기지만, 그런 의미에서 과학자라고 모두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4. 트레바리에는 #나알기 라는 클럽이 있다. 나는 어떤 욕망와 취향과 약점을 갖고 있는지, 어쩌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됐는지, 나는 어떤 것에 유독 약한지 같은 것을 함께 고민하는 클럽이다.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문학을 함께 읽을 수도 있고, 마인드풀니스 같은 주제를 건드릴 수도 있다.
트레바리에 있는 모든 클럽들 중에서 #무경계 를 제일 좋아한다. 무경계 클럽에서는 저 사람이 골랐다는 이유만으로 혼자서라면 결코 읽지 않을 책을 강제로 읽게 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점점 편협해져 간다는 것과 같은 말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무경계 클럽은 나의 개방성과 호기심을 지켜줄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에 옥스퍼드 수학과의 김민형 선생님과 함께 #수학적사고란무엇인가 라는 강의를 오픈했다. 수학과 과학을 함부로 엮으면 해당 분야 전문가 입장에선 어이가 없으실 수도 있겠지만, 둘 다 함부로 확신하지 않고 겸손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족한 것도 많고 갈 길도 멀지만,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세상을더지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조금씩, 한 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