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의 차이

#1 과자

by 새초로밍

나는 과자를 좋아한다.

남편 말로는 내가 다디단 과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자기는 짭조름한 과자가 좋단다.


돈을 주체적으로 쓰고 있는 사람이 나이기에,

과자를 삼에 있어서도 내 취향대로 사 오고 있다.

남편은 그게 몹시 안타까운 모양이다.


"과자는 짭조름한 걸로 좀 부탁해..."

"싫다"


ㅋㅋㅋ

아무튼, 과자가 먹고 싶어서 슈퍼 과자코너에 서서 팔짱을 끼고

쭈욱 나열된 과자를 살펴보다 보면,

메이플콘을 살까, 꽈배기깡을 살까, 오징어땅콩을 살까,

빈츠를 살까 몹시 고민이 되곤 한다.

고민고민 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그냥 제일 가까운 걸 사버린다.

과자를 좋아하지만 먹는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많이 남긴다.

그러니, 뭐 아주 많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먹다 남은 거 남편이 먹으면 되니까.

ㅋㅋㅋㅋㅋ


회사에서 산업안전교육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받으란다.

뭐 어쩔 수 있나. 귀찮지만 해야지.

성격 급한 나는 주말에도 수시로 듣고, 3일 만에 다 듣고, 시험도 완료한 채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우리 회사에 다소 노쇠하신 분들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이 나에게 오더니

"로밍씨, 교육 다 하고 시험도 다 봤다매? 나 한 번만 대신 시험 봐줘..."

"아, 예~ 교육 다 듣고 말씀하세요 후훗 ^^"

(내가 생각해도 나는 가증덩어리다. 후훗이라니.)


그리고 곧, 문자메시지가 왔고, 나는 시험을 대신 봐서 통과하게 해 드렸다.

나름, 나는 뭐, 스마트한 사람이니까.


그런지 한 달은 됐나 보다.

오늘 아침에 문자 메시지가 6시 반에 왔다.(뭐여 이거.... 아침부터...)

확인해 보니, 그 아저씨다. 그 노쇠하신 분....


"로밍씨, 책상 밑에다가 내가 과자를 갖다 놓을 테니 그거 드셔요"


협... 과자??? 잠이 훌러덩 깬다. 얼렁 출근해야 디~~~


회사에 정시 출근했다.

아무리 과자가 좋다고 일찍 출근할 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 설레었다.

아~, 아침에 먹어야징. 으흥으흥 으흥흥흥..


그런데.

ㅡㅡ.

과자가, 내가 생각지 못한 과자다.

ㅡㅡ.

봉지에 그림이 없다.


적어도 봉지에 그림은 있어야..내가 좋아하는 과자인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새벽부터 설레어서 잠이 깼고,

씻고 옷 입는 내내, 오늘 오전에 10시 15분경부터 배가 고플 때 먹을 거라고

신나 있었는데...


과자 봉지에 그림이 없다니. ㅠㅠ



KakaoTalk_20250922_112003646.jpg


두부과자다.

그리고 저 작은 알갱이가 뭉쳐있는 저건 뻥튀기 같다.


맛없다.

ㅠㅠ.


막걸리 그릇에다가 과자를 소분해서 여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좋아한다. (믿을 수가 없다)


과자는 다 맛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달콤함과 짭쪼롬의 차이 일뿐,

근데, 두부과자가 내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하나하나 맹맹한 듯 약간 고소하다 만 것 같은 두부 과자를 먹으며,

그 노쇠하신 분을 생각해 봤다.

그냥 슈퍼마켓에 가서 고르면 되는데,

나름 정성 들여서,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신 후,

계산대 옆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두부과자 봉지를 보는 순간

나를 떠올리고, 고마움을 표시하시려고, 이 과자를 들고 계산하시고

새벽 6시 반에 나에게 문자를 보내셨을 것이다.


혹은, 아 로밍씨 과자 좋아하는데, 사줘야지 생각하며 길을 가는데,

우연히 뻥튀기 과자를 파는 트럭을 보고 달려가보니

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두부과자 봉지를 보고 사서 옆구리에 끼고

차에 실어놨을 것이다.


사람은, 짭쪼롬하냐 달콤하냐만으로 과자를 먹진 않는다.

고소함, 느끼함, 새콤함, 밍밍함으로도 과자를 먹는다.

밍밍한 두부과자.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두부과자.


오늘 결심했다.

누가 과자 준다고 다 좋아하지 말자.

그 과자가 무엇인지 확인을 마친 뒤 내 감정을 뿜어내자.


그리고 나는,

그 노쇠하신 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홍홍홍"



작가의 이전글사장딸의 근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