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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H Mar 05. 2024

아침, 점심, 저녁을 삼각김밥으로 반드시 먹어야 합니다

삼각김밥 지옥에 빠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3월 3일, 어떤 날로 알고 있는가? 보통은 삼삼데이라고 '삼겹살'데이로 많이들 알고 있다.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고기를 저렴하게 파는 행사를 한다. 그렇다면 편의점에는 삼삼데이 때 무엇을 팔까?


편의점에서 3월 3일은 바로 삼각김밥데이다. 아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삼각김밥을 사면 탄산음료 증정 행사를 한다. 보통 삼각김밥데이를 3일 동안 진행한다. 3월 3일부터 5일까지 진행하는데, 마지막 날 5일은 참치마요가 1+1이다. 기가 막힌다. 삼각김밥을 사 먹으면 그것보다 비싼 1,500원 상당의 355ml 탄산음료를 마실 수 있으니 고객의 입장에서 얼마나 좋은 행사인가?  


하지만 영업관리자는 삼삼데이가 다가오면 커다란 두려움이 다가온다. 바로 삼각김밥을 평소보다 수십개는 더 발주를 하도록 경영주를 설득해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행사있으니까 점주들이 많이 넣을것 같은데 쉬운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작년에 삼삼데이 행사를 말아먹은 점포라 할지라도 수량은 최소 작년 만큼은 발주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느 점포는 작년에 삼삼데이 평균 삼각김밥 판매량이 20개인데 이번 목표는 45개로 잡혀있다. 어떤 점포는 판개량이 9개인데 25개를 발주 해야하는 점포도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점포가 그런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 삼삼데이 시작하는 첫 날이 주말이라서 판매량이 저조할 때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 전 날 평소에 정말 친한 점주님이 목표수량이 25개인데, 발주를 12개를 넣은 걸 확인하고 바로 전화했다.


"점주님, 저희 목표수량 25개인데, 13개나 적게 넣으면 어떡해요!! 빨리 더 넣어주세요"

친한 점주님이다 보니 곧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점주님 왈

"미쳤나, 다 폐기 난다. 회사에서 100% 폐기지원 해줄 것도 아닌데 와이카노 이거"

저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안 팔리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 도와드릴 테니까 빨리 좀 넣어줘요"

그렇게 사정했는데 결국 해주지 않았다. 이 점주님 빼고 모두 발주 목표 수량을 달성했다.


사실 무리한 목표로 점주에게 발주를 늘려달라고 부탁하는걸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점포는 오피스와 대학가 상권이 많다. 그런데 삼각김밥데이가 시작하는 날이 일요일이었다. 수량을 많이 늘린다는 게 당연히 말이 안 된다. 점주 입장에서 어찌 보면 본사에서 삼각김밥 밀어 넣기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수량을 모두 달성했고, 판매율 47%로 예상대로 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만큼 절대적인 판매량도 늘었다. 나를 믿고 삼각김밥을 열심히 발주해주신 점주님께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도 느껴졌다. 그래서 점포를 갈 때마다 삼각김밥을 3개씩은 사 먹는다. 삼각김밥데이 행사를 기간 동안은 삼시세끼 모두 삼각김밥으로 배를 채웠다.


웃긴 건 앞서 이야기했던 친한 점주님이 약속한 발주수량을 채워주지 않은 것에 나는 서운함을 느꼈다. 내가 해준 게 얼만데..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역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서운했지만 어찌 됐건 비합리적인 건 사실이었다. 다른 점주님이 목표수량을 잘 채워주어서 이번 삼김데이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사실 본질은 삼각김밥을 발주를 많이 했으면 그만큼 판매도 많이 일어나도록 다양한 판매 지도를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고지물을 만들어 붙이고, 고객에게 권유판매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정수량이 얼마니 이 정도 발주를 해보자고 하는 등 컨설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압도적으로 높은 발주 목표수량 때문에 발주 부탁하기 급급하다. 폐기가 많이 나오면 또 그 뒤처리 수습하기 바쁘다. 이것이 바로 편의점 영업관리자 현실이 아닐까 싶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주와 친분을 쌓아 다소 무리한 부탁이라 할지라도 발주를 챙겨주는 점주님을 보면 감사함과 동시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또 하나의 '재미'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라고 표현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업계 사람들이 아마 재밌다고하면 미친놈이라 욕할 것이다.

어찌 됐건 삼각김밥데이는 모두 끝이 났다. 완전 성공하진 못해도, 그렇다고 실패하지 않은 행사였다. 이제 삼각김밥 안 먹어도 된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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