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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 고구마는 맛없지만, 나는 괜찮다

by 이문초

다이어트 4주 차.
몸은 가벼워졌는지 모르겠지만, 마음만큼은 묵직했다.

"나는 지금 뭘 위해 이 고구마를 씹고 있지?"
씹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고구마는 구운 것도 아니고 찐 것도 아니고,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다가 바싹 마른 거다. 식으면 맛없다. 지금도 맛은 없다. 그런데 그걸 씹고 앉아 있는 나.

사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는 이랬다.
거울 앞에서 배를 접었다가 펴보다가,
휴대폰 카메라를 0.8배로 당겨 보다가,
“아 진짜… 이건 아니지…” 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날부터 나는 탄수화물과 헤어졌다. (지금도 완전 미련은 못 버렸지만.)


1주 차는 스릴 있었다.
살 빠지는 거 눈에 보이고, 체중계가 내 편 같고,
"와 나 진짜 할 수 있나 봐!"
2주 차는 정신력 게임.
새벽에 뭔지도 모를 쿠키 광고에 심장이 뛰었다.
3주 차는 자존감의 고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그리고 드디어 4주 차.

나는… 깨달아버렸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일이 아니라
존심과 우정을 동시에 관리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것을.


친구가 치즈 닭갈비 먹자고 할 때
“난 닭가슴살 먹었어”라고 말하는 나 자신이
좀 안쓰럽기도 하고
좀 웃기기도 했다.

체중은 줄었는데 기쁨도 같이 줄었다.
왜냐고? 기대했던 감동적인 순간이 없었다.
"4kg 빠졌습니다!" 하고 눈물이 핑 돌 줄 알았는데
"아, 좀 빠졌네" 하고
고개만 까딱했다.
허탈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운동하고 땀에 절여진 티셔츠를 벗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나 진짜 열심히 살고 있다."
순간 좀 울컥했다.

살을 뺀 것보다 대단한 건
매일같이 유혹을 견딘 나였다.
편의점에서 망고빙수와 눈 마주치고도
계산대에 가지 않았던 나.
피자 한 조각 안 먹었다고 자책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낸 나.

4주 만에 배가 홀쭉해진 건 아니지만
대신 나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엔 살쪘다고 자책하고,
날씬한 사람 보면 위축됐는데,
지금은 그냥 이렇다.

“난 지금 과정 중이야.
그래서 좀 멋있어.”

그렇게 다이어트는 내게
이상한 교훈을 주기 시작했다.

✔ 나는 생각보다 의지가 있다.
✔ 나는 나를 괴롭히지 않고도 변화할 수 있다.
✔ 살을 빼려다 삶의 방식을 바꿔버렸다.

그래, 이쯤 되면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러 들어왔는데
삶을 리모델링 중이었다.

하루 한 끼를 고르는 방식,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
나를 다루는 방식,
그 모든 게 바뀌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는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게 이번 4주 동안 얻은 최고의 변화 아닐까?

그러니까, 이쯤에서 하고 싶은 말.

살 빼는 것도 좋지만
살면서 나를 덜 미워하게 되는 건 더 좋다.
지금 나, 괜찮다.
아니 솔직히 좀 멋지다.
(고구마는 여전히 맛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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