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요
오랜만에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볼까 말까 한 사이지만, 마주 앉는 순간 어제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공기가 흐릅니다. 어색한 인사나 형식적인 안부 없이도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의 표정과 말투만으로도 지금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어떤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서로의 좋지 않았던 시절도, 실수 많던 시절도 알고 있어서일까요. 굳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빈틈이 드러나도 흠이 되지 않는 관계입니다.
사회에서 만나는 관계에서는 늘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고, 선을 지켜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 오랜 친구들과의 시간에는 그런 경계선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다 풀어놓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듭니다.이번 모임에서도 우리는 특별한 주제 없이도 끊임없이 웃고 떠들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는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놓여 있었고, 그 이야기들은 타인의 평가나 조언이 아닌 그저 ‘잘 지냈구나’라는 진심 어린 반가움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누군가는 부모가 되고, 누군가는 직장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는 모두가 그저 학창 시절의 '우리'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삶을 버티는 데 있어 꽤 큰 힘이 되어주는구나, 하고요.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정말 가끔 이렇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눈빛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이보다 든든한 인연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쩌면 내가 숨을 고를 수 있는, 드물고 귀한 틈일지도 모릅니다. 사회 속에서, 가정 속에서 늘 긴장하고 역할을 수행하느라 지친 마음을 그들은 아무 말 없이도 쉬게 해줍니다. 내가 나다워질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 그런 인연을 쉽게 여기지 않고, 더 자주 감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맺는 많은 관계들 속에서, 가끔은 편안함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모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도 분명 오늘처럼 반가울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또 한 번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끼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