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유년시절을 지켜본다는 것

by 김반짝


아이의 특정 시기, 어떤 장소에 놀러 갔던 사진이 필요해 오랜만에 사진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수만 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그 폴더는 처음엔 단순한 보관함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진 하나, 또 하나 넘기다 보니 그것은 단순한 ‘사진 저장소’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의 유년시절, 성장의 궤적,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갓난아기였던 아이가 처음 뒤집기를 하던 날, 발끝에 힘을 주며 조심스레 첫걸음을 떼던 영상,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환하게 웃던 표정, 유치원 발표회에서 신나게 춤을 추던 모습까지. 사진마다 그날의 온도와 냄새, 내 손을 꼭 잡았던 아이의 촉감이 되살아났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추억에 잠겼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무엇 하나 대단한 날은 아니었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일상의 조각들이 쌓여 지금의 아이를 만들어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제 마음도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힘들고 지친 날도 많았지만, 아이와 함께 했기에 결국 아름다운 기억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유년을 지켜본다는 건 참으로 경이로운 일입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늘 새롭고 낯설며, 동시에 아주 따뜻합니다. 경이로움을 지켜보는 동시에, 매일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함께 걸어주었다는 사실이 부모로서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를 사진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지 키만 크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아닙니다.

한 인간이 세상을 배우고, 마음을 나누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그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이끌어주는 일입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감정과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부모 또한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은 사진이라는 틀 안에, 찰나의 포즈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폴더 속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느꼈습니다.


아이의 삶을 함께 살아냈다는 것, 그 자체가 큰 축복이었다는 것을요.


아이의 웃음과 눈물, 도전과 실수, 사랑과 포옹이 기록된 그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진실된 순간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유년시절과 성장기를 지켜본다는 것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한 사람의 세계가 열리고 확장되는 순간을 함께하는 일입니다. 참으로 특별한 경험입니다.


아이를 직접 길러낸다는 것은, 특별함을 그저 바라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살아낸다는 뜻입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그 모든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깊고 진한 축복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한 존재의 첫 번째 증인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그 모든 시작을 곁에서 함께 했다는 것, 그것은 단연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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