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면 10분이라도 걸어보아요

나를 회복하는 방법

by 김반짝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저는 늘 옷을 갈아입고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40분 이상 트레킹을 했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고,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살기 위해, 견디기 위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장기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었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이 지옥처럼 느껴졌고, 사람들의 시선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꽂히던 때였습니다. 점심시간이 유일한 숨통이었지만, 그마저도 누군가 말을 걸면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조여왔습니다. 호흡이 가빠지고, 손끝이 저려오며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공황장애였습니다.


어딘가로 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걷기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디뎠습니다. 처음에는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내 마음도, 내 몸도 지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30분 이상 걷고 나면 거짓말처럼 가슴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숨이 트이고, 심장이 다시 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 위에서, 저는 조금씩 살아 있는 감각을 되찾아갔습니다.


계속 걷다 보니 몸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체중이 줄고, 피부색이 환해졌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제 안에 갇혀 있던 어둠이 걸음마다 조금씩 빠져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걷는 일이 내게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회복이자 생존이었음을요.


이후로 걷기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졌습니다. 걷는 동안 머릿속에 엉켜 있던 생각들이 차분히 정리되었고,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땀을 흘리며 걷는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우울하다면, 걸어보세요. 단 10분이라도 좋습니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걸어보셔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걸어도 좋고, 혼자여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걸음’이라는 움직임 속에 스스로를 놓아두는 일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그 단순한 걸음 속에서 회복됩니다.


우리 모두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자신만의 걸음을 걸어보면 좋겠습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길 위를,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골목길을, 혹은 낙엽이 가득한 숲길을. 어디든 괜찮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부디, 오늘도 잘 걸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걷는 발걸음이 당신을 지켜주길 바랍니다. 우울할수록 걷기, 그것이 제가 몸으로 배운 진실입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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