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강 작가님의 작품에 빠진 이유

상처를 마주하며 회복하다

by 김반짝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단순히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를 넘어, 제 안에 깊이 묻혀 있던 기억들을 불러내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줄거리의 즐거움이 아니라, 저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을 건드리며 상처와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그 글 속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마주함은 고통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제 마음은 치유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강 작가님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제 삶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작품은 『채식주의자』였습니다.

주인공 영혜는 가족의 억압 속에서 고통을 겪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지키려 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존중하지 않고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합니다. 저는 그 장면을 읽으며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강압적인 훈육 속에서 제 뜻과는 다른 길로 내몰렸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했고, 정해진 규칙과 틀 속에 맞춰 살아야만 했습니다.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답이 정해져 있었고, 저는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혜의 고통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물 속에 제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던 것입니다.


사회적 억압의 장면들도 제게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는 도중 저는 중학교 시절 겪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교장 선생님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 학생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교무실 앞에 뿌려 놓았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그 충격은 제 마음 깊이 새겨졌습니다.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자존감과 인격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저는 큰 두려움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채식주의자』 속 영혜가 사회적 틀에 의해 억눌리고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은, 바로 그 시절의 저와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강 작가님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고통을 드러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문장은 상처의 껍질을 벗겨내듯 진실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영혜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저는 제 안의 상처를 다시 마주했지만,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바라볼 때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픈 기억은 그 자체로 고통일 뿐이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고 표현하는 순간 치유의 과정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상처와 고통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 순간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글로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단지 부끄럽고 아픈 과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중요한 조각이며, 글쓰기와 사유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저로 하여금 제 삶을 다시 바라보게 했고, 상처를 외면하는 대신 그것을 직시함으로써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저는 한강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즐거움이나 지식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문학은 때로는 거울처럼 제 내면을 비추었고, 때로는 따뜻한 손길처럼 저의 상처를 보듬어 주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난 후 저는 한강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한 권의 책이 제게 이렇게 큰 울림을 주었다면, 다른 작품들은 또 어떤 방식으로 저를 흔들고 치유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녀의 글을 읽어나가며 더 깊은 이해를 얻고 싶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문장은 유려하고 섬세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녀의 글은 억눌린 목소리를 드러내고, 상처를 직시하게 하며,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제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되고, 제 안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또 다른 공감과 위로를 만날 것이라 믿습니다.

문학은 때로는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고, 때로는 더 나은 길로 나아가게 하는 빛이 됩니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제게 바로 그런 힘이었습니다. 제가 한강 작가님의 글에 빠진 이유는 단순히 그녀의 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글이 저를 치유와 성찰의 길로 이끌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 자신을 다시 발견합니다. 상처를 마주할 때마다 그것이 아픔이 아니라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강 작가님의 글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을 통해 삶과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찾아 읽으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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