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시작하기 좋은 때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어.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딨냐."
<미지의 서울> 송경구 대사 중
tvN에서 방영한 <미지의 서울> 고등동창 송경구가 이호수에게 한 말입니다. 송경구는 이호수와 유미지의 사랑이 엇갈리는 걸 보고 안타까워 조언해 주는 장면입니다. 참 단순한 문장이에요.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완벽이라는 허상을 좇으며 살아온 저 자신의 민낯이 고스란히 비쳤습니다.
저는 늘 완벽을 갈망하며 살아왔습니다. 조금 더 준비되기를 바라고, 조금 더 갖춰지기를 기다리고, 조금 더 두려움이 줄어들기를 소망하며 기회 앞에서 수없이 망설였습니다. 사랑 앞에서도, 일 앞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 한마디 앞에서도 언제나 “지금은 아니야”라고 말하며 완벽한 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송경구의 그 말은 제 마음속에 무심히 걸려 있던 완벽주의의 커튼을 훌쩍 걷어내 버렸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이란 정말 없더군요.
우리는 그것을 기다리며 정작 중요한 순간들을 놓칩니다. 내가 말했어야 했던 그때, 잡았어야 했던 그 손, 걸어야 했던 그 한 걸음, 모두 “아직은 아니야”라는 말속에 흘려보내곤 합니다. 송경구는 친구의 사랑이 어긋나는 모습을 보며 속이 다 타들어갔을 것입니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왜 행동하지 않았느냐고, 왜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한 발 물러섰느냐고. 그리고 그런 마음 끝에서, 이 한마디를 내뱉은 것이겠지요.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어.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딨냐.”
저는 이 문장이 이호수에게만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던지는 말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늘 ‘지금이 아니야’를 되뇌며 다음 장면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리허설이 없습니다. 지금 이 장면이 바로 본 무대입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대사도 없고, 정확한 조명 밑의 포즈도 없습니다. 무대 위의 우리는 늘 부족하고, 늘 불안하며, 늘 두려운 채로 대사를 읊조립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진심이 와닿습니다. 어설퍼도 괜찮습니다. 더듬거려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타이밍, 즉 ‘지금’입니다. 삶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의 순간은 늘 지금 이 순간입니다. 미래를 기다리는 사이, 우리는 너무 많은 현재를 놓쳐버리고 맙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 망설이고 계시진 않나요?
사랑을 고백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움직이는 그 순간이 바로 그때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완벽한 준비보다 지금의 용기가 훨씬 중요합니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이 가장 빠른 날입니다. 기다린다고 더 좋은 순간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으니까요.
저는 이제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불완전한 채로 시작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온전한 기회의 순간이에요.
송경구의 말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은 때로 저의 등 뒤에서 묵묵히 떠미는 바람이 되어줄 것입니다.
“망설이지 마.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
그리고 저는 이제,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더 용기 있게 살아가려 합니다. 두렵지만, 오늘을 더 열렬히 사랑하려 합니다.
지금, 이 불완전한 오늘이 제게는 가장 완벽한 순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