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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ul 29. 2024

어수선한 컨트롤 타워

영화 <인사이드 아웃 2>(2024)

영화 줄거리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 사춘기‘라는 큰 변화가 발생한다. 감정들이 추가되고, 본부가 리모델링되면서 발생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등 새로운 감정들은 본부의 리모델링과 함께 기존의 감정들을 대체하려 하며 그들을 쫓아낸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은 본부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들이 없어진 본부에 남은 새로운 감정들은 본부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조종하는 본부로 인해 라일리는 사춘기 소녀 그 자체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라일리의 본부로 기존 감정들이 돌아오면서 감정들의 화합이 일어난다. 사춘기를 지나 성숙해진 라일리의 감정을 보여준다.


영화 후기

영화의 감상보다 퀄리티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완성도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개연성의 완성에는 디테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브레인스토밍, 의식의 흐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고민 해결을 위해 오래된 기억들을 불러오는 폭풍과 머릿속 세상 모든 영역으로 흐를 수 있는 의식의 존재와 강으로 표현된 의식의 흐름까지 디즈니의 디테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디테일을 표현한 것도 대단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개연성을 완성시키는 과정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었다. 두 요소의 존재는 영화의 전개에서 필수적이었다. 의식의 수많은 줄기들이 결국에는 자아와 연결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이지 경이로웠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했는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디즈니가 놓치지 않는 사소한 디테일들도 감탄스러웠다. 컨트롤 패널 앞의 감정들이 많아지면서 컨트롤 패널도 1편에 비해 커졌다)

후속작이 실패하는 경우들을 굉장히 많이 봤다. 모두들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앞편의 흥행으로 인해 기대를 받지만 실망하는 경우들이 많다. 앞편의 습작 같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앞편만큼 큰 흥행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후속작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라일리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감정들을 추가하고,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큰 변동 시기인 ‘사춘기’를 적절한 감정들을 추가하면서 잘 그려냈다. 더 놀라웠던 건 그 감정들 하나하나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표현되었다는 점이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던 메시지인 모든 감정은 필수적이고, 감정들이 모여 하나의 나를 이룬다’를 영화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을 정말 잘한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한다.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겐 굉장히 취향이었던 영화다. ‘내 머릿속에서도 사춘기에 저런 일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춘기는 새로운 감정들이 들어와 우리를 집어삼키는 시기다. 이유도 모른 채, 내 감정의 컨트롤 타워를 빼앗긴다.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고 힘들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의 본부는 많은 감정들이 차지하지만, 기쁨은 없다. 나의 그 시기에 나를 보는 사람들의 감정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미안해진다..! 괘씸하고, 무례하고 온갖 부정적인 단어가 적합한 날 것의 시기지만, 거쳐갈 필요가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기에 받아들이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리고 새로운 감정들도 필수적이고 나를 구성한다는 걸 알아가면서 많은 위로가 됐다.

많은 감정들 중에서 불안과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새로 등장한 불안의 존재감은 대단했고 신선했다. 불안은 영화에서 기쁨과는 대비된다. 불안은 라일리가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고, 기쁨은 라일리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점이 다르다. 불행하지 않기를 원하기에 불행의 길로 빠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불안해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볼수록 불안은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잘 해내고 싶고, 모든 게 괜찮았으면 하는 생각에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감정이기에 차마 미워할 수 없었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보는 기쁨은 힘이 세다. 다른 감정들을 이끌고 행동을 하게 할 만큼 힘이 세다. 2편에서 기쁨의 비중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감정들이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 생긴 감정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른이 되면 기쁨이 사라진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컨트롤 패널을 주도하던 기쁨은 점점 컨트롤 패널 앞의 많은 감정 중 하나로 변한다.


Maybe, this is what happens
when you grow up.
You feel less joy

기쁨이 컨트롤 패널의 중앙에 위치한 라일리의 본부와는 달리, 다른 감정들이 중앙에 위치한 어른들(라일리의 부모님)의 머릿속 세상이 오버랩되면서 정말 어른들의 줄어든 기쁨의 비중을 생각해보게 한다. 나이가 들고 환경이 바뀔수록 우리를 움직이는 감정은 기쁨보다는 슬픔, 불안 등이다. 사회생활을 생각해 보면 불안이 주요한 감정이다. 뒤쳐지거나, 가지고 있는 걸 잃을까 봐 사람들은 움직인다. 불안이 컨트롤 패널 앞에 있는 나는 아직도 사춘기의 어느 시기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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