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패키지여행
나이 서른이 되면서
점점 누굴 만나든 언니인 상황이 늘어났다.
나의 알맹이는 처음 자아를 인식했던 네 살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이것도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주변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외형과 역할이 생기게 된다.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
나이가 예순이 되어도 실수해도 귀엽게 넘어가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 어리광 부리고 싶은 게 당연한 사람 심리인데 점점 그럴 수 없게 된다는 게 조금 무서웠다.
그럴 수 있는 대상은 보통 연인이나 부모님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연인을 사귀는 거겠지.
부모님이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기대는 것이 무서웠다. 아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책임감이 느껴져 가슴이 철렁였다.
엄마가 유럽 여행을 제안하며 자유여행을 가자고 하고, 여행 비용을 나눠서 내자고 제안하는 모습에 가슴이 살짝 아릿했던 건 이런 책임감이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더 이상 모든 것을 기댈 수 없는 게 싫어서.
서른이 져야 하는 책임감에서 나도 도망가고 싶었던 것이다. 예순이, 아흔이 된 내가 또 그럴 것이다.
여행은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패키지로 가게 되었다.
자유여행을 하게 되면 서로 예민해질 텐데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종종 대며 짜증이 늘어갈 내 모습이 너무 뻔했다.
어쨌든 일인당 700 만원 이상을 쓰는 여행이었고
평생 추억이 될 테니 화내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 마지막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우리는 결국 떨어져 앉았다.
나: 엄마가 물어봤잖아. 왜 그랬냐고. 나 티낼생각없었어. 가만히 놔두면 30분이면 풀린단 말이야.
엄마: 너랑 같이 있으면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생각이 든다. 우리 30분 떨어져 있자. 30분으로 될지 모르겠다. 엄마 일어날게
나: 엄마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갈 거니까.
떨어져 있던 30분은... 편했다.
나: 엄마 나 다 풀렸어.
엄마 옆자리로 가서 어깨에 기대 누웠다.
항상 그렇다. 우리 싸움은.
우리는 서로에게 원죄가 있어서 서로를 끊어내지 못하면서 죽어라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