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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Nov 13. 2024

너 왕따 당하니?

명절에 차 안에서 엄마가 물어봤다.

초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시골 할아버지 댁 가는 자동차 안에서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너 왕따 당하니?

내가 감추려고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

밀폐된 공간, 앞으로 반나절 있어야 할 이 공간에서 나는 궁지에 몰렸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순간적으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아니 수치스러웠다.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했다.

졸업식도 친구 없는 거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에 부모님은 오셨다.

졸업식에서 왕따 시켜서 미안해 친구들이 다 너 싫어해서 그랬어라는 편지를 받았고, 엄마는 그 편지를 또 몰래 본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못생겼었고 더러웠었던 나는 어렸을 적 왕따가 일상이었다.

어렸을 적 불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나는... 과 같은 감성팔이를 하려는 게 아니다.

고등어는 생선이다와 같은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나는 쭉 친구가 없었다. 혐오스러운 눈빛을 받는 건 내 일상이었다.


다행히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부류였으며 분석을 통해 나 스스로를 뜯어고치고 개선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자기혐오를 겪어야 했지만 지금은 어디 내놓아도 쪽팔리지 않은 딸로 거듭났다.

나는 쪽팔리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여 왔던가. 쪽팔린 딸이면 안 되나?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쪽팔리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건 어디서 온 걸까?

애초에 쪽팔린 건 뭘까.


나는 직업상 아이들과 학부모를 많이 만나는데

자신의 아이 편을 드는 학부모님들을 보며

어떨 때는 부럽기도 하다.


나는 여기 머물러 있다고 상담사가 말했다.

사람들이 날 싫어할 것 같아요. (부모님까지도.. )

모든 게 내 책임이고 내가 고쳐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솔직히 너무 질리고 버거워요.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알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나를 지키세요. 모든 게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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