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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자따봉 Oct 20. 2023

3. 단 2장의 사진으로 2천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20201013


[트리거 주의] 본문에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읽음에 있어 주의를 권합니다.




한동안 글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다. 그래서 한참 뒤에서야, 이제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들어왔다. 사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도, 애인한테 이야기했을 때도, 또 친구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을 때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글을 쓰는데 눈물이 고인다.​


일단 시작은 좋은 이야기부터. 나는 내가 모니터링하는 속도가 무척이나 더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그래서 다른 활동하시는 분들께 데스크톱 화면을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보내드렸다. 당장은 시험기간이라서 더 세련되게 만들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괜찮구나 싶어서 안도가 되었다. 또 어찌나 뿌듯하던지. 언제나 이런 쪽 일은 프로처럼 잘 하고 싶다, 라는 욕심이 한가득이라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좋았다. 영상 편집하느라 시간이 많이 가서 12일에는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

작업하면서 한번 신고한 사람을 또 신고할까봐, 헷갈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를 진행한 계정은 팔로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덤덤한 아이디와 덤덤한 계정이었지만, 비공계 계정까지 들어가서 잡으려면 (딱 봐도 비공계 계정에서는 지인능욕을 행한 사진들이 엄청나게 올라오는 것 같아보였다.) 트위터 섹스계정으로 보여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변경했다. 그리고 신고를 하면 할수록 팔로우가 늘어가니 점점 팔로우할 추천 계정에 굳이 찾지 않아도 지인능욕을 진행하고 있는 계정과 아동성착취영상을 판매하고 있는 계정이 동시에 떴다.

일단 지인능욕을 검색해서 아헤가오 게시자들을 잡았다. 아헤가오나, 지인능욕이나 트위터 검색 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게 결과가 나온다. 둘다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으로 아헤가오 사진을 합성한 다음, 철저하게 남근중심적인 성희롱을 올리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나는 지인능욕을 검색하며 단 한번도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를 보지 못했다. 즉 이 모든 행위들은 성욕이 기반이 된 것이 아니라,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성폭력을 행사하면서, 남근질서를 실현하고 재확립하는 행위라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윤김지영 교수님의 논문에서 잘 나와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러던 중 추천 계정으로 뜬 트윗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계정들은 미성년자 자위영상과 같은 성 매체물을 구매하려고 시도했다가, 그 영상물들을 주지 않은 경우 해당 미성년자를 저격한 계정들이었다. 사례들을 제보를 받아서 운영하는 계정들은 확실하지 않지만,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자기가 직접 구매했다는 글을 게시해서 이걸 역으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계정들을 중심으로 신고를 진행했다.

만약에 본인이 구매했다고 할 지언정 미성년자의 성적인 사진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발뺌할 수 있었겠지만, 운이 좋게도 그들이 '먹튀했다'라며 올린 사진들에는 미성년자 여성들이 보낸 성영상물들 이미지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그들을 팔로우하였다. 나는 여기서 끝날 줄 알았다. 이 뒤의 이야기는 내가 한동안 작업을 못했던 이유이자, 글조차 쓰지 못했던 이유이다.

일단 그렇게 신고를 하고, 속도를 올려서 신고를 진행했다. 2시간 반 정도 작업하고 8명을 신고했다. 요즘 들어 지인능욕 계정들의 활동이 빈번해진 듯해보여서, 그 쪽 중심으로 일을 진행했다. 지인능욕 계정들을 신고하면서 어제 신고를 진행한 계정들이 또 다시 게시글을 올리고 홍보하는 걸 보았다. 저렇게 해서 대체 얼마나 벌까, 왜 저런짓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스쳐지나갈 정도로 절박하게 하는 것 같아보였다. 너무 절박해보여서 돈을 얼마 벌지도 않을 것 같다는 의문이 들정도로.

추천 계정으로 지인능욕 계정들이 뜨니 확실히 자료찾기가 좋았다. 인상 깊었던 특이한 케이스는 소라넷부터 달리기 시작했다는 초대녀/남자 커플계정이었다. 그러니까 처음 보는 남자를 초대해서, 자기 여자친구를 초대녀로 섹스하라고 내어주는 활동을 하는 계정이었다. 강간플이나 SM, 영상촬영 이런 일을 하는 것 같아보였고, 그 영상들을 SNS을 통해 유포도 하는 모양이었다. 대체 왜..? 싶었지만, 자기 여자친구를 초대녀로 사용하는 남자의 트윗을 보고 한번에 이해가 갔다. "여자친구가 처음에는 초대녀활동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을 위해 팁을 드려요." 그 트윗 하나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읽혔다. 일반 여성을 가스라이팅해서 성폭력을 그 여성의 욕구로 만들기까지 진행되었을, 차근차근하게 여성을 옭아매며 진행되었을 가스라이팅과 폭력이 보였다. 그 여자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만약 친구였다면 당장 손을 잡고 피해자지원 센터로 인계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때로는 내가 피해자와 아무런 연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놓곤 한다. 차라리 친구였다면, 어떻게든 이야기를 해서 그 남자로부터 탈출하게 도와줄텐데.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 계정에 대한 기억을 계속 되새기면서 발만 동동 굴리거나, 어떻게든 기억에서 지우고 다른 계정을 찾아 신고를 진행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신고를 마저 진행하기 위해 검색하던 중 검색에 특이한 케이스가 걸렸다. 바로 친동생 불법촬영 계정이었다. 나는 일베에서 사촌동생 인증이 올라오더라는 것을 뉴스나, 짤로만 접했지 이렇게 쉽게 검색해서 접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요즘은 가족 불법촬영 영상과 사진을 올리는 범죄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쉽게 검색해서 찾을 수 있을 줄 몰랐다. 동생 몰카라면서 올라온 사진은 단 두 개, 사진을 보았을 때 피해자는 10-13세 안 팎으로 보였다. 너무나도 명확하게, 미성년자였고 적나라하게 나체 사진이 나와있었다. 그리고 그 글은 2020년도 8월 경에 올라온 사진이었다. ​


단 두 장의 사진으로 가해자는 팔로워 2천명을 가지고 있었다. 친동생, 미성년자, 불법촬영 사진에 2천명의 남자들이 침묵하고 동조했던 것이다. 그를 팔로우한 계정들 중 당당하게 자신이 사는 지역과 이름, 그리고 얼굴을 공개한 사람도 있었다. 2달이 넘는 시간동안 그 사진은 신고를 받아 지워지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조용하게 남성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살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이럴 때마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나의 일상이 마치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여성혐오의 지옥 속에서 혼자 가지고 있던 환상이 아닐까. 한국 사회의 남근카르텔, 혹은 여성혐오의 수렁을 직시한 이후 아주 오랜시간 동안 내가 느끼는 행복은 망각으로부터 오는 기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시절 내가 헤어나오지 못했던 수렁이 다시 나를 끌어들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별 생각없이 핸드폰으로 로그인을 유지했던 모니터링용 계정에서 알람이 뜨기 전까지. 그 알람은 메세지 알람이었고, 나에게 메세지를 보낸 사람은 아동 성착취 영상을 약 600개 정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폴더 안의 폴더까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캡쳐한 바에 따르면 그랬다. 트위터 신고를 진행하면서, 그 사람이 올린 자신이 소장한 아동성착취영상 폴더 이미지를 보고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자각조차 들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인간이라면, 그러니까 인간성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면 그런 아동성착취 영상을 그렇게 수집하듯이 보유할 수 있을까. 이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감각조차 들지 못했다. 그래서 쉽게 신고를 진행했다. 그냥, 도저히 깊게 들여다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충격만 남기고.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메세지가 온 것이다. 너는 누구냐고.

패닉이 왔다. 어떡하지. 어떡해야하는거지. 내가 뭘 해야하지. 걸린 건가. 이 바닥에서 소문나면 어떡하지. 하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당신 계정에서 올리는 사진들 잘 보고 있다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 부담이 있어 아직은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와이파이가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영상구매나 그런 건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종종 올리시는 사진 보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구매하고 싶다고 말을 남겼다.​


그렇게 일단락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아동성착취영상 스크린 샷들을 보냈다. 그 사진들은 그 사람에게는 익숙한 것들이었겠지만, 나는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포르노의 해악성에 대해서 모르던 시절 포르노를 보긴했지만, 내가 보던 영상들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나는 한번도 아동성착취에 대해서 이렇게 접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포르노를 보더라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국산야동(= 불법촬영영상)이 아닌 해외에서 여성향으로 제작된 것만 봤다...) 소아성애는 트위터에서 신고를 진행할 때 트위터 텍스트로 접하고, 소아성애자들 욕하난 글에 첨부된 오타쿠들의 판타지를 그린 그림으로만 보고, 또 어린 여자아이 사진을 놓고 성희롱을 하는 한남들의 댓글들, 그리고 어른처럼 열심히 화장시켜서 성적으로 어필해놓은 아동 쇼핑몰의 사진들로만 접했지 이렇게 직접 섹스를 하고 있는 상황을 실물로 접한 적은 없었다.​


사진의 내용은 6-7살짜리 어린 아이가 성인 남성의 성기를 빨고 있는 사진이었다. 반대였던 것 같기도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은 그 사진을 본지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가해자가 보내준 사진을 보았을 때의 충격으로 인해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메세지 창에서 미리보기 이미지로 뜬 사진을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지에서 여자아이는 전문 포르노업체를 통해 촬영당하고 있었다. 대체 어떤 상황에 놓여있길래 그 어린 여자아이가 포르노촬영 세트장까지 가서 그런 영상을 찍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N번장 사건 이후로 자꾸 어린 아이들을 볼때마다 한남들이 그 애들을 어떻게 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나는 정말 이런 걸 보고싶지 않았다. 대체 머리가 어디까지 망가져있으면, 그런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소아성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그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들의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학자의 언어가 아닌, 그들의 언어 그대로 꺼낸다면 대체 무엇일까. 상상할 수가 없다.​


이런 인간들이 격리되지 않고 아주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있고,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는 사회가 지금의 한국 사회다. 오히려 어린 여자애들이 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미디어를 통해 불을 지피고 있는 세상. N번방 가해자들이 어린 학생들의 담임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세상, 이 지옥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이다.​


그 가해자와의 대화를 캡처하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정 반대의 위치에 놓은 피해자의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1n세 변녀 계정이었다. 그 아이는 흔히 사진을 도용해서 올리는 사람들과 다르게 실제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 아이가 자신의 나체 사진을 올리면서, 요즘 힘드신 분들에게 사진을 통해서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메세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 밑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님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님 몸이 참 예쁘다, 님 덕분에 힘이 난다 등... 성인 남자들이 보낸 찬사들이었다. 그들이 보낸 텍스트만 보면 지금 나의 트위터 계정에서 서로 따뜻한 말을 주고 받았던 트친님들의 말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인간의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고, 힘든 삶 속에서 위로를 건내는 말들은 미성년자 성기 사진을 향한 말들이었다. 자신의 나체 사진을 올리며 위로를 받는 10세 아동을 보고 한국 남자들은 그런 말을 남겼다. 그들에게 자신이 성인이라는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 아이는 대체 어떤 상황에 있을까.

그 당시에는 피해아동을 지원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별의 별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그 아이의 보호자가 사진을 찍고 트위터를 통해 여자애인 것처럼 사진을 올리는 걸까, 아니면 그 아이도 n번방과 같은 형식의 범죄 피해자라서 사진을 올리는 걸까, 그 아이는 대체 어떤 상황에 있을까. 그 아이는 괜찮을까? '성노동'을 하며 성노동론을 주장하는 여성들의 계정은 웃음으로 채워져있었지만, 그들이 종종 올리는 글들의 이면에는 탈출하고 싶다는 감정이 보이곤 했다. 그 아이는 어떤 상태일까. 계정을 본 건 몇 일 전이니, 지금은 괜찮을까. ​


아동성착취 영상 판매 가해자가 보낸 사진을 접할 당시 나는 단체 측에서 변호사 미팅을 위해 자료를 추합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서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충격에 빠져 애인에게 전화를 걸고, 그래도 해소되지 않아 친구에게도 전화를 하고, 단체에도 전화를 했지만 나는 그날 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추스리고, 단체 측에서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서 메일을 보냈다. 그래야지 뭐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루 이틀 사이에 같은 계정에서 새롭게 올라온 지인능욕 홍보와 영상판매 트윗들을 추가해서, 그렇게 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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