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친밀도가 너무 높은 사람의 이별 준비
지인이 주문했던 지갑이 왔다고 자랑했다. 생일 선물로 처음 사본 명품 지갑이라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하고 문득 내 지갑을 내려다보니 꽤나 낡았다. 바꾸고 싶다가도 바꾸고 싶지 않다. 내 지갑은 4년 전에 구입한 나름 명품 브랜드다. 나의 첫 번째 혼자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나름 큰 마음 먹고 구입한 것.
가끔 이건 어떤 물건이야,라고 설명하면 물건에 무슨 추억이 그렇게 많냐고 신랑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글쎄, 나에게 몇 가지 물건은 추억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아.
최근에 그런 물건 중 하나를 못 찾아서 집안을 샅샅이 뒤진 적이 있다. 내가 대학교 때 샀던 어디에나 입을 수 있는 회색 가디건. 간절기에 가디건을 자주 입어서 색색깔로 갖고 있는 가디건 중 어디에나 입기 편한 회색 가디건은 나에게 애착 가디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그 가디건 입을 날씨인데 가디건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버렸을 리가 없는데.. 하고 아쉬워하며 그게 무슨 옷이냐면! 하고 어떻게 구입하게 된 옷인지 침대에 누워 신랑에게 가디건과의 첫 만남부터 읊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어이없게도 그 가디건을 다시 찾았지만 말이야.
나는 물건에도 사람에도 내적 친밀감을 너무 크게 갖고 있다. 어떤 물건은 나도 모르게 너무 큰 마음을 줘버리기도 하고, 어떤 물건은 가격이 비싸게 주고도 생각보다 큰 마음을 주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내 기준 큰 비용을 지출할 때 물건을 신중히 고르는 편이다. (롱 패딩을 사러 갔을 땐 너무 마음에 드는데 너무 비싸서 5번도 넘게 입으러 갔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예기치 못하게 이별을 하게 되면 마음이 너무 허하다. 아니 예상했더라도 이별은 너무 마음이 허해. 마치 우리 옆집 아저씨 내외가 이사 가신 것과 같지. 2년 뒤에 돌아오실 거라고 했지만 괜히 옆집에 두 분이 계셔서 마음 한편이 편안했는데 아쉬움 한 가득이었다. 이삿짐이 쌓여있는 걸 보고 또 한 번 상처받은 건 안 비밀.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이별이다. 10월 내내 마음이 허하겠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하는 한 달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