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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25. 2021

결혼하니 얼굴빛이 폈더라.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 건강해진다고요?

너 얼굴 진짜 밝아졌다!

내가 지금까지 봐온 중 제일 밝아.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자마자 건네는 인사, 자신들이 봐온 중 표정이 제일 밝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는 안부 인사 뒤에 슬그머니 말을 덧붙인다.

너 가족이랑 떨어지니 좋구나?


 그 외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하고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얼굴 참 좋아졌다.라는 말이었다. 결혼한 지 300일이 넘은 이 시점에서 몸무게를 잴 때마다 새로운 숫자를 만난다. 체중계 위 숫자는 나에게 경악스럽지만 건강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여름엔 달리기도 가끔 했는데, 겨울엔 집순이 그 자체.

 결혼하고 살이 붙으면서 예전에 봤던 사주 이야기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부모님이랑 떨어져 살면 아마 살도 찌고 더 건강해질 거라는 말. 매년 초에 사주를 보며 한 해의 운을 점치는 것이 나의 루틴 중 하나였는데,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해서는 꾸준히 들었던 얘기인 듯하다. 그게 결혼으로 이루어졌지만 어렸을 때 겪었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진짜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외고 입시에서 떨어지고 캐나다로 2달간 연수를 떠났다가 돌아온 날, 엄마는 나를 보며 울다가 ‘근데 너 키가 왜 이렇게 많이 컸어?’라고 물어봤다. 그만큼 부모님과 떨어진 2달 동안 키가 급속도로 컸고 그때의 영향이 평생 키의 기초가 되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사주가 이야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매일 맛있는 식사를 해서 그런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내가 부모님이랑 사이가 아주 안 좋은 줄 알겠지만 나는 부모님과 친구보다 가까운 사이다. 결혼 전, 주말이면 엄마랑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다반사였을 정도로 부모님과 가까웠고 엄마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자식 일지는 모르겠지만 실망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던 자식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동생이랑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그리고 부모님이 있지만 동생 보호자로 응급실에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 그만큼 친정 가족과 억하심정의 감정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같이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건 가족들이 들으면 조금 서운하겠지만, 결혼한 건 참 잘한 일이구나 싶다.


 그나저나 얼굴빛이 좋아진 건 나도 좋은데 뱃살은 어떻게 빼지. 매일 달리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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