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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Dec 13. 2020

우리 숲에 놀러 올래요?

게임으로 집순이가 되어가는 과정

 “생일 선물로 사줄까?”

 설렘에 부풀어 신랑과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니 품절이라는 상품. 그 이름은 닌텐도 스위치. 내가 게임기를 갖고 싶을 줄이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들어온 스위치. 처음엔 커뮤니티에 스위치 재고 많이 풀렸다, 라는 카더라를 듣고 신랑이랑 들러본 마트였는데 재고가 하나 남았다는 말에 둘 다 동공 지진. ‘재고가 진짜 있으면 사야 해?’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재고가 없었던 상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다 새 상품을 구입하고 잠시 신랑이 화장실에 갔던 순간, 조이콘 중고로 사야지 하고 들어간 당근 마켓에서 스위치 재고들을 발견했다. 민망함에 계속 웃으며 다시 마트로 가서 새 상품을 환불하고 당근으로 스위치가 생긴 우리 부부.

약 10분 정도 내 거였던 닌텐도 스위치 새 상품

 그 날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했다. 내 생애 첫 번째 게임기. 사실 컴퓨터 게임, 휴대폰 게임 외에는 콘솔 게임을 해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유독 게임기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이 게임기가 나오자마자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이 된 모여라, 동물의 숲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참 신기한 게 시작 하자마자 그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게임을 했다. 신랑에게 ‘겨울에 귤 까먹으며 모동숲하는 게 나의 꿈이다.’했는데 진짜 이룰 줄이야.

게임 세팅 하던 첫 날.

 퇴근이 늦어 저녁을 늦게 먹은 날에도 찰나의 순간에 전원을 켜고 게임을 플레이했다. 소셜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게임에서 힐링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으로 출근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 모동숲 집 대출을 갚는다고 하더니 그게 내 모습이었다. 게다가 처음 시작할 때는 게임에 대해 별로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신랑이랑 같이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더 재밌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꿀팁을 찾아보고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다.


 리얼 타임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보니 아침/점심의 게임은 주말에만 즐겼는데 재택을 시작하고 점심시간을 즐기곤 한다. (재택의 즐거움 +1) 그렇게 게임을 시작한 지 벌써 한 달. 이제는 신랑이 같이 게임을 하지 않아 이미 게임에 대한 즐거움을 잊은 친구도 다시 게임을 시작하게 하고,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 바깥에서 놀지 못하는 아들과 함께 게임을 시작한 친구와도 주말 아침부터 영통을 하며 게임을 즐겼다. 언택트 시대의 친구들 만남이 이런 건가.

친구가 우리 섬에 놀러오고 있다! 야호!

 게임은 연말 시즌 이벤트도 있고 매번 업데이트되지만 신랑과 함께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핑계로 게임 추천을 찾아보는 나를 보며 이거 없을 땐 어떻게 살았지, 싶다. 생일 선물에서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닌텐도 스위치. 이거 말고도 놀 건 많아!라고 자신 있게 외치던 나인데 게임의 중독성이 새삼 무섭다.


 다음번엔 마리오 오디세이라는 게임을 구입해볼까 한다. 신랑이랑 마리오 게임을 같이 하면 또 나만 지겠지만 그마저도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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