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으로 증폭된 층간소음
- 이거 무슨 소리야?
처음엔 윗집에 누군가 놀러 왔나,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소리가 점점 심해지더니 밤 12시가 넘었는데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발 구르기까지. 이 집에 이사 오고 처음으로 고성방가가 시작됐다. 설마 윗집이겠어?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잠을 청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아무래도 윗집이 맞나 확인해봐야겠다며 신랑이 잠시 나갔다.
이 집에 이사 오고 이웃집에 시루떡을 드리러 갔다. 앞으로 2년을 지내더라도 이웃에게 인사하고 싶다는 신랑의 작은 마음이었다. 그때 만난 윗집 할머니의 호탕한 인사, 그리고 우리를 잊지 않고 결혼과 이사를 축하한다고 직접 갑 티슈를 선물해주신 기억에 나 혼자 윗집 할머님과 내적 친밀도 최대치를 찍었다.
그런 윗집이 리모델링을 시작한 건 지난 8월, 한창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집이 오래되어 할머님 내외께서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하는 줄 알았더니 그 대신 고성방가의 주범인 새로운 이웃이 생겼다. 안 그래도 윗집 리모델링할 때도 약속한 시간인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7시부터 시작해서 경비아저씨를 통해 항의했었는데... 윗집 할머니께서 이사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성방가보다 할머니 내외의 이사에 배신감을 느꼈는데 (내적 친밀감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주말을 앞두고 집들이 겸 술파티를 하는 윗집 때문이라도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랐다.
그 날은 그렇게 신랑과 윗집 주인의 안면을 튼 날이었다. 그때만 해도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집에 방문하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다.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절대 직접 찾아가지 말고 경비아저씨께 말씀드리란다. 그 뒤론 이 고성방가가 우리 윗집이 맞는지만 확인하고 경비 아저씨께 말씀드려 조금만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렸다. 우리 때문일까, 그 뒤로는 손님들이 오시는 것 같지는 않지만 밤늦게 귀가하시고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그분의 손님이 방문하지 않길 바라며 귀가하곤 한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기존에도 있던 층간소음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층간소음 문제가 핫토픽으로 뜨고 쇼핑 아이템 중에서도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아이템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단 윗집의 층간소음뿐만 아니라 벽을 타고 들리는 소리, 화장실 배수구를 통해 들리는 소리까지 평소엔 귀 기울여 듣지 않던 소음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더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듯하다.
층간소음을 뉴스에서 확인해도 옛날에 지은 아파트는 이런 층간소음에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지금 짓는 아파트도 값싼 자재를 사용하다 보면 층간소음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아파트를 지을 때 기둥 형태의 인테리어를 이용하면 층간소음이 덜해질 것이라는 전문가 조언들이 있었다. 그런 사실적인 대책들이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우리 모두의 예민함이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길 바라며. 집에 누군가 초대해도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바라고,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잠들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