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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25. 2018

나만 아는 나의 여행 이야기

여행이야기를 읽으며 저와 같이 웃어주실 분을 구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내 지인들은 조금 놀라겠지만, 사실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 귀찮지만 갔다오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 어렸을 땐 대학에 가고 나면 세계 이곳 저곳을 다니며 한비야님처럼 여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친구들 모두 방학을 이용해 한달 유럽 여행을 떠날 때, 나는 그 흔한 일본 여행도 간 적이 없다. 국내 여행도 MT 아니곤 없는 듯.


쉬는 동안 여행 갈 거지?


퇴사하곤 뭐할거야? 라는 말 뒤엔 꼭 이럴 때 여행가야지, 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사실 대답할만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 그래야죠 하고 웃거나 한 달 살기를 떠나겠다고 대답했었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었지만 나에게 한 달 살기는 여행이 아니었다. 한 달 동안 어디에 살든 그것은 나에게 여행이 아닌 집에서의 '독립'이었으니까.

그러니 생각해보면 지난 4년 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여행을 다녔다. 제주는 물론이고, 부산, 전주는 몇 번이고 다녔고, 해외도 나가려고 노력했다. 여행은 짐 줄이기로 시작되는 건데 나는 거의 살림살이를 옮겨 다니듯 다녔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살림살이를 줄이는 건 초보여행자인 나에게 너무 머리 아픈 일이었다. 처음 여행하다보니 사올 것도 많은 것 같고, 그러니 짐이 많아지는 건 내 의지라기보다 그냥 당연한 것이었다.


"여행은 안 가?"라는 질문을 들으면 내가 꼭 대답하는 말, 여행은 회사 다닐 때 가는 게 제일 재밌어요! 제발 회사 다닐 때 여행 다니세요! 그치만 도피성 여행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몇 번의 혼자 여행으로 배운 게 있다면 지금 내 앞에 닥친 현실이 싫어서 급하게 떠난 여행은 여행의 순간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우울함이 따라다녔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갚아야 할 카드빚만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을 잘 모르고 로망만 가득했을 땐 다른 사람들의 여행 에세이가 정말 멋있어보이고 환상의 나라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힘들었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듯이 에세이를 적었던 사람들도 그 순간의 추억을 미화한 게 아닐까 싶다. 힘들게 다녀온 그 순간이 더 즐거운 추억이 되니까.


짧더라도 나만의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다. 블로그에 적는 글과는 다른 느낌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아무리 읽어봐도 내가 다녀온 여행은 나 혼자만의 추억 여행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을 땐 다녀와서 잊지 않으려고 급하게 적어둔 포스팅을 들춰보며 혼자 실실거리고 웃는다. 가끔은 읽다가 원래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난다거나 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당시엔 그 때 느꼈던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 적어둔 건데, 이제는 그 기억을 더듬어서 소소한 여행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무슨 여행부터 적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소소한 여행 에피소드를 읽으며 저와 같이 실실 웃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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