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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13. 2018

흔한 백수의 버킷리스트, 다시 운전 시작

어쩌면 나의 버킷리스트가 아닌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퇴사를 결정하고 쉬는 동안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운전. 이전에 운전 연수를 받았음에도 정작 운전을 제대로 해본 건 여행지에서 렌트카뿐이었다. 시내 운전이 무서워서, 정확히 말하면 빡빡한 시내 교통 사정에서 차선 끼어들기가 무서워서 핸들 잡는 것을 꺼려졌다.


이래봬도 운전 면허 취득한지
벌써 8년차


이번에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면 여행 다녀온 엄마를 공항까지 배웅 또는 마중나가거나 나에게 차가 필요할 때 운전을 좀 해보고, 가슴 뻥뚫리게 드라이브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제 차를 끌어도 되겠다! 하고 마음 먹었을 땐 혼자 시작하기엔 조금 무서워 다시 연수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연수를 받았던 게 벌써 2년 전이었다. 마지막 운전도 2년 전 여름. 이상하게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몸이 기억한건지 운전하는 것 자체가 무섭진 않았다. 옆에 항상 누가 타고 있어서인가.


사실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내 옆에 아무도 안탔던 적은 없었다. 거의 대부분은 선생님이었고, 전남자친구 또는 친구들, 그리고 엄마 이렇게가 전부였다. 그리고 오늘 깨달은 건 옆에 누군가 타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거. 엄마가 옆에서 안전바를 꼬옥 붙잡고 있으면서 나에게 잔소리를 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연수를 받고 나서 바로 엄마를 꼬셨다. 사실 말이 꼬신거지 엄마도 내가 운전을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최근에 여행을 많이 다니는 엄마는 배웅이나 마중을 나와주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기 때문. 그래서 쉬는 날이니까 드라이브 겸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 내가 운전하는 차 처음 타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표가 끝난 엄마를 픽업하며 무서우면 위에 꼭 잡으라고 얘기하고 출발했다.


노심초사했을 드라이브가 끝나고 엄마는 내게 회전할 때, 끼어들 때만 조심하라고 하고 더 자주해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고맙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한 게 나의 본격적인 드라이버 생활이 이제 시작인가 싶다. 무엇보다 무서워도 운전하고 싶었던 걸 생각하면 용기를 갖고 조금 더 열심히 타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퇴사 후 버킷리스트를 천천히, 하지만 하나씩 채워나가는 중이다. 오늘도 그 흔한 리스트 중 하나를 채웠다. 7월에는 또 다른 리스트가 채워질 예정이다. 벌써부터 걱정 반, 설렘 반인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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