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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20. 2019

오사카 시트콤 한 편 만들고 왔습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어디에서든 시트콤

우리 올해는 어디갈래?

작년 4월, 오로지 벚꽃을 보기 위해 교토, 오사카로 떠난 우리. 무려 10월부터 준비한 여행이었다. 준비할 때만 해도 오로지 벚꽃 하나 보겠다는 일념으로 여행을 준비했었는데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그 여행 직후 우리 둘 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어쩜 그렇게 타이밍도 그렇게 맞아 떨어졌는지.

사실 우리는 친구를 통해 만나게 된 친구.

대학교 다니며 다양한 대외활동을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친구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처음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 같이 만나는 친구 다섯 명과 장녀회라는 이름으로 분기마다 얼굴을 보며 생존 신고를 하는 사이였다. 그러다 내가 사랑에 울다 지쳐 있을 시기에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이 친구에게 의지를 많이 하기 시작했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프로듀스 101을 보기 시작한 뒤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어.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일본이 처음은 아니었다.

장녀회 친구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몇 번 다니기도 했고, 덕질을 핑계 삼아 난생 처음 강진이라는 곳도 가보고 부산도 가고, 인천, 수원 등 여기저기 잘도 다녔다. (그 중 제일 많이 간 게 부산인 건 안 비밀) 그런 우리가 같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따로 정한 건 아니었지만 국내 여행을 다닐 때도 각자가 가진 포지션이 있었다. 나는 사진, 친구는 서치(또는 길찾기)에 최적화되어있는 사람. 거기에 일본 여행에서 나는 일본어 대화가 추가되었고, 친구는 정보 서치 포지션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길을 헤매거나 지하철을 잘못 탄 적도 없고, 계산을 할 때 일본어 대화가 통하지 않아 실수한 적도 없었다. (뿌듯)

벚꽃이 내린다- 샤라라라랄랄라

하지만 우리는 벚꽃을 보러 간건데 하필 비가 내리는 바람에 우리가 기대했던 교토 철학의 길은 겨우 가지 끝에 남은 벚꽃만 흩날리고 있었고,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둘의 사진을 꺼내보면 4일 내내 같은 트렌치 코드밖에 없는 것 같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에서 우리가 또 시트콤 한 시즌을 완성하고 온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사람이 붐벼 한산한 골목길로 들어가서 좋아했는데 실은 거기가 19금 골목이라 둘다 식겁하고 경보했던 일, 저녁 식사마다 빼놓지 않았던 “나마비루 쿠다사이”, “나 이거 먹어보고 싶었어!”하고 집은 우유가 알고보니 커피여서 하루종일 놀림받은 일, 도톤보리에서 인형뽑기 기계에 재산 탕진하고 “도톤” “보리”를 뽑아온 일 등등.

스시, 모츠나베, 이치멘과 어울렸던 나마비루 쿠다사이!
밀크커피라고 적혀있는데 밀크만 보고 신나서 집어온 커피우유
게임센터에서 시바견 인형을 뽑으려고 재산을 탕진했다

- 아 그 때 오사카 오빠랑 결혼했어야 하는건데

사실 오사카에서 묵었던 숙소 호스트가 너무 잘 생기고 친절해서 우리는 매일 그 주인분이랑 결혼해서 여기 살자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그래서 가끔 오사카 생각나! 라고 하면 아 그 때 그 오빠랑 결혼했어야 하는디. 라고 자동으로 나오는 이야기. 거기에 오사카에서 내 가수가 다녔던 랜드마크들까지 찍고나니 에피소드들이 더 풍성해졌다. 워낙 우리 인생 자체가 시트콤이긴 한데, 교토와 오사카에서 있었던 얘기만 풀어도 시트콤 한 시즌분량은 나올 것만 같아.


사실 그 시기에 이 친구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나는 더 힘들어졌을 것이다. 현명하게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고. 그래서 내 옆에 있어준 친구에게 너무 감사하고, 그 이후로도 내가 흔들릴 때마다 옆에서 기준을 잡아주어 또 감사하다. 생각날 때마다 말하지만 또 생각나니까 글로도 남겨놔야지. (오글)

우메다에서 만난 우리애들의 흔적

이제는 매년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신년운세를 같이 보러 간 자리에서 남자와의 궁합보다 우리 둘의 궁합이 좋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배워온 오늘, 우리는 올해 상해 여행을 약속했다. 오사카에서 매일 불렀던 “사랑을 했다” 그리고 “아기상어”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주제가를 만들어 올 수 있을 것인가. 이번엔 말이 통하지 않겠지만 상해 디즈니랜드를 정복하고 오겠다는 일념 하나만 갖고 가는 걸로!


근데 우리 모츠나베 먹으러 후쿠오카도 가야하고 보거미오빠 만나러 쿠바도 가야하는데...

언제 다 가지 선생님..?

오사카에서 먹고 반한 모츠나베, 우리 후쿠오카도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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