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길이 남긴 큰 기억"
2023년 10월 7일, 가을 햇살이 따스했던 토요일 오후 3시. 부산에서 온 어린 소년, 도윤이의 발걸음이 박물관을 향했다. 기획전 해설을 시작하려고 하자, 그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해설이 끝나자 물 한잔을 권하며 천천히 진행해 달라고 했다. 어린 소년의 눈빛은 역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반짝였다. 나는 그의 관심을 놓칠 수 없어, 더욱 세심하게 해설을 이어갔다.
“혹시 다른 분들과 함께 들으셔도 괜찮나요?” 라고 물었을 때, 도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소년의 눈동자 속에는 더 많은 질문들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며 해설을 더욱 깊이 있게 이어갔다.
그 해설이 끝난 후, 도윤이가 다시 나타났다. “선생님, 해설 한 번 더 듣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다시 시작했다. 어린 소년이 내게 보내는 그 진지한 눈빛과 열정이, 나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해설을 마치고 데스크에 앉아있을 때, 전시를 들은 다른 관람객들이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커피까지 사 주었다. 그 따뜻한 마음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도윤이가 가족과 함께 다시 왔다. 그의 손에는 고마운 마음을 담은 강정과 예감이란 과자가 있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작은 손길로 건네준 과자 한 봉지에, 내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 해설의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박물관의 문이 닫히기 전, 도윤이는 마지막으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다음에 상설전시실 개관하면 또 올게요!”
도윤이의 말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어린 아이의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다음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 소중한 순간을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