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최애 장소
'마을카페'
이번 방문이 5번째이다.
지난해 12월 한 모임에서 점심을 먹고, 멤버 한 명이 마을 카페를 추천해 처음으로 가 본 곳이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12월이라 추운 것은 덤이요, 주위의 고요로 쓸쓸함마저 풍겼지만 오히려 조용한 쓸쓸함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속으로 이곳에 자주 오리라 마음먹었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생각처럼 방문하기까지 쉽지 않았고, 요즘에서야 발걸음을 종종 하고 있다.
이곳은 모락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성 나자로 마을'안에 있는 카페이다.
'성 나자로 마을'은 1950년 6월 2일, '캐롤 몬시뇰'(미국 메리놀회 소속 사제)에 의해 설립, 경기도 시흥에 위치했었으나 1951년 7월 5일 지금의 위치로 이전되었다. 나자로 마을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구라사업(救癩事業) 기관이다. 구라사업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 갈 곳 없는 한센병 환우들의 치료와 치유된 환자들의 사회복귀 및 자활을 마련해 주고 이들의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정부와 가톨릭구제회 지원으로 겨우 식생활을 이어가는 어려움을 겪었고, 국내외 수많은 후원자들의 관심과 정성으로 점차 발전하여 현재는 병동, 진료소, 교육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마을 안에는 환우들의 생활공간과, 사제들을 위한 공간, 피정 공간, 성당등이 있다. 그리고 현재도 한센병 환우분들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카페'는 마을 중간쯤에 위치해 있고, '모세의 집'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통나무 집 형태로 되어 있어 처음 들어서는 순간 운치가 있고, 따뜻하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벽난로도 설치되어 있어 겨울철에는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줄 것이다. 자원 봉사자로 운영되며 이익금은 모두 한센병환우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지인은 나에게 이곳에서 봉사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시기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한번 해 보겠노라고 약속했다.) 카페는 단순한 음료를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방문객들의 작은 소비가 곧 한센병 환우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의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나눔의 실천이다.
'성 나자로 마을'안엔 '마을카페' 외에 상업적인 상점, 시설이 전혀 없다. 산자락은 울타리를 자처했고, 울창한 나무들과 계절별로 피고 지는 꽃들은 방문객들에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맑은 공기와 자연의 소리, 가끔 울려 퍼지는 성당 종소리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이러함 때문에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곳에 갈 때마다 작은 가방에 읽을 책 한 권과 시집 한 권을 넣어간다. 카페에 들러가기 전, 먼저 마을을 한 바퀴 사브작거리며 걸어준다. 조용함과 시시 각각으로 변하는 경치를 마음껏 가슴에 흡입하고 나서야 커피를 주문한다. 가장 구석진 자리, 테이블 위에 커피와 가져간 책을 올리고 나만의 시간을 만든다.
시간이 흐르고 손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고 왁자지껄 시끄러움이 공간을 넘칠 때, 나는 조용히 읽던 책을 덮고 그곳을 떠났다. 책을 덮고 문을 나서며, 나는 그곳의 시간도 함께 접어 가방에 넣었다. 돌아오는 길, 편안해진 마음 한켠엔 따뜻함이 남았고, 나는 조용한 기도처럼, 커피 한 잔처럼,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존재가 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