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녀 이야기

그녀의 롤 모델

by 여행강타


1기 신도시 때 그녀는 산본 신도시에 입주를 했다. 입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어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테니스에 입문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아들 학교 등교 시키고, 사업하던 남편 다음으로 출근시키고, 재빨리 집안일을 해치우고는 종합 운동장 한편에 있는 시립테니스장으로 라켓을 들고 레슨을 받기 위해 가면 한 사람 두 사람 오기시작하고 순서대로 레슨이 끝나면 4명씩 한 팀을 만들어 게임을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하 호호 깔깔, 배가 고파질 때쯤 잠시 멈추고 식당으로 우르르 점심을 해결하러 갔다. 식사 후 길어진 수다를 멈추고 다시 테니스장으로 가 또다시 시작된 하하 호호 깔깔 그녀들만의 게임타임. 어둑어둑 해 질 녘이 될 때까지 그녀를 포함 테니스 새내기들은 집에 갈 생각이 없었다. 보다 못한 코치가 나와 '아줌마들 밥 하러 집에 안 가요'해도 테니스 게임에 푹 빠진 그녀들은 나이트가 켜지고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둘러메고 집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레벨 업한 그녀들은 각자의 아파트에 있는 클럽으로 이동했고 그녀 역시 자신의 단지 클럽으로 소속을 옮겼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새로 옮긴 클럽에는 그녀 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이 많이 있었다. 나이 어린 그녀와 그녀 또래들은 언니들을 부르기 쉽게 조언니, 안언니, 신언니 등등 언니라는 호칭 앞에 성만 붙여서 불렀었는데 그중 특히 조언니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공칠 때 파워도 있고 매너도 있었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건 조언니의 따듯한 마음이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올바른 생각, 따듯 안 화법, 검소한 생활, 모든 것이 다른 언니들과 많이 달랐다.

조언니의 남편분은 통증 클리닉 원장 선생님 이면서 같은 클럽에서 함께 공을 치는 멤버이셨다. 그녀와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여유로운 상황이었지만 검소하고 수수함은 물론, 같은 골프모임 회원 중 한 분이 사업 실패로 골프를 못 치는 상황이 되자 남편분인 원장님이 어찌 우리만 골프를 칠 수 있느냐며 그 후로 골프를 접으시니 조언니도 골프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녀는 조언니를 인생에 롤모델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 자신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 조언니처럼 살아야 갰다고 다짐했다.

말이 없고 조용하며, '남에 거 피해를 주지말자'라는 생각이 먼저인 성향의 그녀에게 조언니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녀에게 있어 그녀의 부모님의 존경의 대상이었다. 조언니의 존재는 부모님과는 또 다른 닮고 싶고 저 사럼처럼 나이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그녀의 롤모델이 되었다.


테니스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멤버들이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하나 둘 테니스장을 떠나면서 얼굴 보는 횟수가 적어지고 연락하지 않으면서 수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는 조언니의 모습과 존재감이 남아 있으며 롤모델처럼 살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지난해 연말 잊고 살았던 아니 수년동안 연락 없이 살았던 조언니가 생각나 전화를 걸어봤다. 7년이란 흘러간 시간 속에 나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조언니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좋은 날들임을 알게 됐고, 첫눈 오는 날 분위기 좋고 조용한,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만나 식사와 차를 마시며 그간의 근황을 물으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꽃피는 따듯한 봄이 오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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