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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Mar 20.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새집

어느 날 부터인가 집에 정이 가지 않았다. 누렇게 변해버린 벽과 천장, 특히나 윗집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천장의 석고보도까지 다 녹아내려 거실 전체를 수리해 줬었는데 1년 후 또다시 물이 새어 그 여자의 집 거실 천장은 물론 안방과 작은 방 까지도 얼룩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하다 보니 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자꾸 싫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새 집으로의 이사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두 번째 물이 샜을때 왜 윗 집에다 도배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했다. 두 번째로 물이 샜을 때는 심하지가 않아서 또 도배를 해 달라고 하기가 뭐 해 그냥 넘어간 것이 시간이 흐름에 변색되는 것이 이렇게나 보기 싫을 줄 미처 몰랐다. 도배만이라도 해볼까 지물포에, 인테리어 가게에 문의했지만 집에 짐이 있는 한 하지 않은다는 말과 함께 모두 거절당했다.


18년 전 올 수리를 하고 이사 들어와 집을 쓸고 닦고 하며 젊은 청춘을 보냈는데 그 여자도 이젠 나이가 들고 힘도 달리고, 청소를 해도 티도 않나니 자꾸 꽤가 나고 게을러져 이사에 대한 생각이 사그라들지를 않는 것이다. 결국 그 여자는 이사를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모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전세를 주고 아들 명의로 해 둔 좀 작은 평수의 집을 새로 수리를 해서 이사하기 위해 부동산엘 수시로 드나들었고 인테리어 가게에 전화를 걸어 가격 흥정을 했으며 주민 동의서를 받기 위해 동 전체를 오르내려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은 없었으며 처음으로 하는 모든 일이 힘에 부치고 머리가 아팠지만 새집으로 간다는 일념으로 모든 걸 해결했다.


집수리에 들어가고 20여일이 지나 올 수리가 끝난 새 집으로 그 여자는 이사를 했다. 집수리 기간 동안 얼마나 드나들었는지 나무 냄새며 페인트 냄새도 못 느끼고 만족함에 그저 좋기만 할 뿐이다. 나이 들어감에 비우는 삶을 실천 중인 그 여자는 많은 짐을 버리고 집 사이즈에 맞게 짐을 옮겼고 당연히 청소할 공간도 적으니 힘도 덜 들어 그것 또한 좋아 그 여자의 만족도는 꽤나 높음 편이다.


'나이 들어 큰 집 지니고 살면서 매일 청소하는 것이 제일 미련한 짓이다.'라고 말하는 어느 연예인의 말을 아주 오래전 들었었는데, 물론 돈이 많아 여유가 있다면 가정 살림을 맡아줄 도우미를 쓰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가정,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기에 바쁜 현대를 살면서 본인들이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바지런하고 지저분한 꼴을 못 참아하는 그 여자는 나이가 들어감에 모든 일이 힘에 부쳤는데 미련하게 청소하지 않아도 되고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새집이 정말 마음에 든다.


새것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 점차 낡음으로 다가와 몸과 마음에 편안함과 익숙함으로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잊고 살다가 어느 날엔가 또다시 마음의 변화를 불러오겠지만 처음의 새것은 언제나 산뜻함과 기분 좋음을 선사한다.

그 여자는 현재의 기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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