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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Apr 03.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봄? 겨울?



아파트 안 나무들이 연두빚 새순을 삐죽이 내밀기 시작하고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는 진즉에 피었고 양지쪽 목련도 만개했다. 춘삼월이라는 말처럼 시작되는 봄의 삼월이 어느새 끝자락을 향해가고 있다. 매년 벌어지는 일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삼월이 되면서 훅하는 더위를 선사하더니 갑자기 함박눈을 내려 움트는 새싹은 물론 따듯한 봄을 기다리는 그 여자에게도 다시 집안 동굴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 여자는 추위에 무척이나 약하다. 몸에서 열이 많이 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아직도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할 만큼 추위에 취약하다. 그 여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봄을 재일 좋아한다. 예전에는 겨울의 회색에서 봄의 초록으로 바뀌는 것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추운 게 싫어 좋아하는 것이다.


삼월이 지나가고 있다. 곧 사월이 시작되면서 따듯함을 지나 더워질 것이지만 추운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더운 것도 문제지만 조금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는 추운 겨울보다는 따듯함을 몰고 오는 봄이 더 좋은 계절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봄은 봄다워야 하고,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이 매력인데, 언제부터인가 더위와 추위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애매모호한 온도로 두계절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꽃샘추위'라는 말도 있고, 봄을 시샘해서 '겨울의 심술'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삼월에 내리는 춘설을 꽤나 오래전부터 보는 기억으로 생각된다.


세월의 흐름 속에 아픈 곳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는데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거들고 있으니 애로사항이 늘어만 간다. 그러면서 자동적으로 '내 인생은 지금 어디쯤일까?'를 그 여자는 생각하게 됐다. 분명 봄은 지나갔고, 펄펄 끓는 여름도 지나갔고 가을쯤일까? 아니면 겨울? 아니 아직은 겨울이고 싶지 않다. 마음은 봄이고 싶지만 진즉에 떠나간 걸 알기에 미련은 없다. 여름도 마찬가지이다. 가을도 지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겨울이고 싶지는 않다. 추위를 많이 타 싫은 것도 있지만 그 추위를 극복하고 싶고 타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욕심일까?


백세시대라는 말 때문은 아니다. 오랫동안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본인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 여자는 더 늙어서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좋아하는 여행을 하고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으니 가보고 싶을 뿐이다. 그것 또한 욕심이겠지만, 조금만 더 가을에 머물고 싶다. 가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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