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여왕
지난해 가을학기 문화센터 글쓰기 교실에 등록을 했다.
그녀를 포함 새로운 등록 회원은 4명이었고 나머지 기존 회원들은 2년 전 수업이 시작될 때부터 시작 한 사람들이었다.
수업 첫날 선생님께서 올 연말에 각자 책 한 권씩 출간할 것이니 매주 수요일 수업에 올 때마다 글 한편씩을 써 오라 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라이프 코칭 수업 교수님께서 여행을 좋아하니 꼭 여행작가가 되어 보라고 수업 끝나는 날까지 말씀하시기에 그럼 일단 글쓰기부터 배워 보고자 간 첫 수업에 통성명도 하기 전 연말에 책을 낸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보며 눈으로 말했다. 지금 뭔 소리를 하느냐고.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의중을 읽었는지, 황당하고 뭔 소리래?라고 생각 하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다 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셔라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4개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수업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반신반의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그녀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수업 때마다 써 가는 에세이 한편이 2년 동안 수업 듣고 있는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은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공부할수록 어렵고 힘듦이라는 것도 알게 되면서, 책 내는 것은 포기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잘하고 있고, 충분한 자질이 있으니 도전하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어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2년 간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선생님의 배려와 도움으로 그간 2권의 공저를 발행했는데 이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알아서 출판을 하는데 단 컴퓨터 사용법은 가르쳐 주겠노라고 했다. 대부분의 나이대가 5~60대라 컴퓨터에 능숙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 모두 고생할 때 성격 밝고 사교성 좋은 한 회원이 본인도 잘 못하지만 가르쳐 주겠노라고 아니 함께 배워 해 보자고 그녀에게 다가와 주었다. 사실 매우 소심하며 말수가 적은 MBTI의 I에 성향인 그녀는 다가와 말 걸어주고 도움을 주는 그 여자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그 여자의 이름을 '정인'
정확한 한자를 모르니 이름의 뜻은 모르겠지만 한글로만 봐서는 정이 많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싹싹하고 애교도 있고 붙임성도 좋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성격에 천상 여자이다.
정인 그녀의 취미는 낚시이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남편과 함께 전국으로 낚시를 다니고 있다. 지난번엔 거제도, 이번엔 강원도, 다음엔 충청도. 그녀의 글 속을 들여다보면 어종도 다양하다. 갈치, 고등어, 삼치, 방어, 갑오징어, 우럭, 광어 등등. 사이즈 또한 시장에서 볼 수 없는 크기로 직접 잡은 고기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볼라치면 멋지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낚시에 있어서는 승부욕도 강해 꼭 남편을 이기고자 하는 열정이 그녀의 글에서 느껴진다. 주변에 남, 녀를 통털에 낚시가 취미인 사람은 정인 한 사람뿐이다. 모든 취미가 그러하겠지만 낚시 또한 휴식과 여가를 즐기기에 최고일 것이다. 자연 속 물가의 풍경과 물고기를 낚는, 우리네는 모르는 그들이 말하는 손맛, 망망대해 위 배 위에서 느끼는 낚시인들이 느끼는 정서적 감정,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도전하고 잡았을 때의 성취감이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는 고요함 속에서 느끼는 뭔가가 낚시를 취미로 갖고 푹 빠져 살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할 뿐이다.
낚시를 취미로 삼아 10년 넘게 해 오면서도 그 낚시가 언제나 설레고 흥분되나 보다.
"나 이번 주 금요일 강원도 ㅇㅇㅇ항으로 낚시가"
"나 담주에 통영으로 낚시 갈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있다.
모든 취미에는 열정이 필요하다. 부지런함도 필요하고 시간관리, 일상생활의 균형도 필요하다.
그녀는 먼바다 배낚시를 주로 하기 때문에 새벽에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 차 안에서 한두 시간 쪽잠을 자고 낚시가 끝나면 인근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골라 식사한 후 교통체증이 덜 한 밤에 고속도로를 탄다 했다. 그렇게 낚시를 갔다 오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고 생활이 즐겁다며 업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취미로 하는 낚시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취미 생활을 하기에 모든 걸 갖춘 정인을 만나면 늘 유쾌하고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말 수 적고 우스개 소리도 할 줄 모르는 그녀는 정인을 볼 때마다 살짝 부럽기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밝은 성격과 에너지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과 활력소를 주는지 알기에 그녀도 정인의 밝음과 유쾌함을 배워 그녀 주변에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리라 다짐도 해본다.
정 많고 유머 있고 하나를 받으면 두 개를 주는, 모든 이에게 친절한 정인씨 나이 들어간다고 여기저기 아픈 곳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낚시여왕 타이틀 지키며 오래오래 취미인 낚시로 인생 후반기를 수놓으며 멋지게 나이 들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