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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지마대학생 Oct 27. 2023

긍정 망원경과 내 삶의 별자리

회복탄력성이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

과거의 일을 자꾸 떠올리고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던 사건 속으로 되돌아 가는 버릇이 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싸우고 힘을 겨루고 나의 감정을 쏟아내고 목소리 내어 말했다.

나의 생각이 무참히 깨져버리고 밟혀 버렸던 더러운 그날의 기억에 항의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생각을 가졌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내가 대비하고 싶은 그때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선 그 장소, 그 사람들, 그 분위기, 그 언쟁, 그 싸움, 그 눈물, 그 분노가 하나도 빠짐없이 빼곡하게 모여야만 한다.

우주도, 인생도 엔트로피는 증가하기에 그때 그 일이 똑같이 벌어질 일은 없다. 유일 유이한 그 사건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는 과거에 집착했다.

시간은 무색하게 흘러 상황은 바뀌었으나, 약간이라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모든 것들에 나는 과거 입지 못한 갑옷과 들지 못한 무기를 들었다.

수백 번을 씹고 삼켜 너덜너덜해진 그때의 기억을 뜨겁게 불살라 재로 만들어 이 세상에서 없애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그렇지만 그 뒤로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은 그때의 그것이 아니었고, 또 다른 아픔과 새로운 공허를 계속 만들 뿐이었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과거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서 시선을 돌려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란 걸 알고 있었다.

너가 하지 못하는 것에 집착하기를 멈추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나는 이 말이 싫었을 뿐이다.

한 톨의 결점도 없는 인생, 순백의 이미지를 나에게 비추었지만 자꾸만 삐져나오는 얼룩들이 싫었다.


나는 달라지길 바랐지만, 스스로를 질책하는 동안에는 달라질 수 없다는 걸 그동안 알지 못했다.

어느날 내게 찾아온 자그마한 운,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내가 모르는 세에 나는 비참한 내 안에서 벗어날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나는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고 무심히 읽었다.

그 속엔 되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디디고 일어나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들은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는 것이 아니란 걸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미래를 보는 자들이었고 긍정이라는 망원경을 사용했다.

난 비가역적인 좋은 자극을 받았다.


나는 긍정 망원경 볼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힌 그것은 이미 사라져 흩어졌고, 내게 흉터를 남겼지만 이젠 새살이 올라왔고, 용기와 올바른 방법과 의지가 있는 지금에서는 몇 번이든 나를 찾아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음을.

이것은 인생 스펙트럼의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불우했던 그때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줬으며 앞으로 내 인생에 주어질 수많은 사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위대해질 수 있다는 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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