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어서야 부부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동안 아이들 양육하여 대학까지 보내고 나의 결핍이었던 공부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부부관계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모가 중년의 나이가 될 때는 대부분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성장하여 대학에 가거나 졸업하고 취업을 한다, 그리고 결혼하는 자녀도 있어 우리 곁을 떠나간다. 이때 남편들은 명예퇴직 또는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남편이 퇴직할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독립하고, 자연스럽게 부부만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갑자기 부부만 남게 되면 배우자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로 여겨질 때도 있다. 반면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여서 서로에게 관심을 주고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심이 일방적이거나 상대방을 통제하려 하거나 다른 성격을 비난할 때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할 때 갈등하게 된다.
이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이 행동을 낳기 때문에 배우자를 긍정적으로 생각 하다 보면 배우자가 이해되고 문제가 풀어진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도 남편은 신혼 초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에 빠져있어서 나는 외롭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돌봐야 할 어린 자녀들이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을 뿐이다. 지금도 남편은 공원 골프에 빠져서 매일 필드에 나간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좋다. 그러나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공유하면 더 좋겠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5년 전부터 탁구를 함께 치고 있다. 남편은 원래 탁구를 잘했다. 내가 남편과 함께 운동하기 위하여 배우기 시작하여 지금은 교회에서 매주 다른 부부들과 함께 탁구 하며, 교제할 수 있어서 좋다. 집에 오면서 탁구 하면서 있었던 일화도 나누고 어떻게 하면 실수를 더 줄 일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미묘한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탁구 이야기로 하나가 된다. 최근에는 공원 골프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공원 골프는 이전에 골프 하던 사람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같이 전혀 못 하는 사람도 1시간 교육받고 바로 필드에 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같은 운동을 공유한다는 것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많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같은 것을 공유하는 자체가 소통되어 좋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잘 지낸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부부다. 그런데 부부 사이가 좋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도 자녀들 때문에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부부 사이에도 정서 저축을 해 놓아야 어려울 때 도움이 된다. 정서 통장이 비어 있으면 함께 있어도 외롭고, 소통이 되지 않으며,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럽고 같이 사는 게 힘들어 결국 혼자 살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부부가 차곡차곡 정서 통장을 만들어서 추억을 쌓아가면 좋겠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은 노력하지 않으면서 배우자가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서로 다른 부부가 중년이 되기까지 살아오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이다. 결국, 배우자의 성격을 바꿔 놓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다른 것을 인정하며 소통하며 살아야 할 텐데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통을 잘하려면 먼저 배우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감정이 어떤지 배우자에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중심 전도’의 저자인 오스카 톰슨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관계’라고 했다. 특히 부부관계가 좋아야 행복하다. 교회에서 젊은 부부 커플들과 부부학교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운다. 내가 결혼 초부터 부부학교를 통하여 부부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우리 부부가 더 많은 마음을 공유해서 정서 통장에 저축해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 관계를 잘하기 위해 마음 나누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요즈음 중 장년에게 그림책 자서전 수업을 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 태어나서 죽음까지 열 단계를 통하여 나의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감사한 것, 마음 아팠던 것 그리운 것 등등을 생각하게 된다. 과거의 힘듦은 오늘을 더 잘 살아가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냥 보기 싫어서 묻어두었던 상처나 아픔을 꺼내어 보고 느껴보고 재해석 하게 한다. 그때의 아픔을 다시 꺼내 보지 않으면 부정적으로 자리 잡아 나의 삶을 자극하여 나와 배우자를 수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게 한다. 중년에는 부부 각자의 성장 과정의 결핍이 우리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로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중년의 부부들은 대부분 남녀차별의 문화에서 차별대우 받고 자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남녀 차별 없이 사는 것을 보게 된다. 중년 부부들도 신세대들과 같이 성차별을 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서로 협력하여 돕는 배필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중년의 나이라고 해도 능력 있는 여성이라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반면 남성이라고 해도 정년이 되면 퇴직을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집안일이나 사회 활동도 형편에 맞게 하고 의사소통을 잘하면서 취미 생활을 함께하면 중년을 친구 같은 부부로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