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세요? 쉼 없이 달려 어디로 가세요? “ 독일여자 유디트
“한국 사람들 인생을 보면 열심히 사는 것 이잖아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열심히 사는 것은 뭐예요? 사는 건 그냥 사는 거잖아요. 어떻게 열심히 살죠? 한국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 달리는 느낌이 있어요.
숨을 쉬지 않고 계속 마라톤 하고 있어요.
어디로 가세요? 쉼 없이 달려 어디로 가세요? “
2016년 5월 KBS '사람과 사람들', 강원도 첩첩산중 외딴집을 알프스 집으로 만든 '한국남자'와 온돌과 청국장을 사랑하게 된 '독일여자' 산촌생활에서 독일여자 유디트가 한 이야기입니다.
링 안에 있으면 링 안에 싸우는 상대에 몰두가 되어 링 밖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내 입장과 내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되는 과정에서 살아왔던 우리 세대는 '우리의 생각과 시각'에서 빠져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우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독일 여자 유디트'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한국 사회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중년기 남성들은 산업화 시대를 살면서 '먹고사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고 그 열심히 일한 관성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퇴직한 친구들을 보면 무엇인가 무조건 일을 하려고 애를 쓴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한 친구는 주차 관리를 맡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주차 관리 일도 보람 있는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그 친구의 사고방식이다. “퇴직을 하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하니 미치겠더라. 와이프랑 싸우기만 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다가 겨우 주차 관리 일을 찾았다고 한다.”
평생 일하던 습관 때문에 우리는 일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찾고 보람을 찾는다. 그런데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까? 인생 전반기에서는 생계를 위한 삶이 맞다. 인간은 우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된다.
매슬로는 인가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었다.
1단계 욕구는 '생리적 욕구'로 먹고, 자는 등 최하위 단계의 욕구이다.
2단계 욕구는 '안전에 대한 욕구'로 추위·질병·위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욕구이다.
3단계 욕구는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로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애정을 주고받는 욕구이다.
4단계 욕구는 '자기 존중의 욕구'로 소속단체의 구성원으로 명예나 권력을 누리려는 욕구이다.
5단계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해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최고 수준의 욕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단계 ~ 3단계 속에서 많이 살아가고 있고, 4단계가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명예 욕구라고 볼 수 있다. 5단계에서 '자아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중년기를 지나고 나면 1단계~4단계가 채워질 수 있다. 그래서 중년기 과제는 '5단계 욕구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암 환자 요양원에서 생활을 했다. 암 환자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그분들 이야기는 '내 삶이 의미가 있었을까? 내가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했나?'였다. 아무도 돈과 사회적인 지위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 돈이 없다고 해서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이 더 어려운 친구들을 보며 선뜻 식사 대접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명예는 어떤 나이가 되면 다 떠나보내야 한다. 기업 오너가 아닌 이상 통상적으로 50대 중반이나 아무리 오래 다녀도 60대 초반에는 일을 더 하기 어렵다.
'붙들 수 없는 일'과 '붙들 수 없는 명예'를 쫓는 것도 애처로운 것 같다.
중년을 넘어서서 보람 있게 사는 여러 친구들을 보았다.
종교 단체에서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다. 노숙자들을 상대로 전도하고 교류하며 그들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도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친구도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삶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던 친구들도 많다.
간병 요양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요양원에서 봉사하는 친구들도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자원봉사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늦게 시작했지만 사진이나 미술 공부를 하면서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예술의 세계를 탐구하며 행복해하는 친구도 보았다.
인생을 보람 있게 사는 방법은 찾아보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