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당하고도 침묵하고 냉정해질 수 있는 사람은 자기가 당한 일이 지금까지 당한 재앙 가운데 가장 사소한 것으로 여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미 생존이라는 것이 덧없고 허망하다는 것을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 불행을 당했다고 울거나 행운에 날뛸 리가 있겠는가."
<쇼펜하우어 인생론>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는 수없이 불쾌한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출근시간에 꽉 막힌 교통체증, 제시간에 오지 않는 지하철, 예상치 못했지만 갑자기 주어지는 업무, 다이나믹하게 놀라게 하는 자녀들의 언행, 내 마음과 같지 않은 배우자 등등 생각해 보면 불쾌한 것들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이 산재한 불쾌함 속에서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불쾌함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내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면 불쾌하다고 느껴지는 것이고, 그 불쾌함 사이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면 또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행복은 너무나도 귀해서 오래도록 함께하도록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죠. 높은 수준의 행복은 영원히 갖기 어렵습니다.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 더 높은 수준이 우리에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불행에는 영원히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다 보면 인생 자체가 지옥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불행과 행복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불행을 줄이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불행하지만 않아도 그런대로 살만한 인생이니까요.
불쾌한 일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고 무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내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내 감정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무시해 버리면 내 감정이 다칠 일이 없는 것이죠. 출근길이 막혀도, 갑자기 업무가 쏟아져도, 자녀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더라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깟 일로 내 인생이 변할 건 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해야 하는 것이죠. 오늘 출근길이 조금 힘들고, 오늘 야근을 조금 한다고 해도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반면 그 작은 해프닝에서 불행을 느끼고 내 인생이 불쾌함에 장기간 빠져버리게 되는 것은 내 인생을 바꾸곤 합니다. 불행을 회피하려는 방어기제가 생겨 출근을 하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싫어질지도 모르고, 나중에는 사는 것 자체가 싫어질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불쾌함의 악순환이 시작되곤 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불쾌함을 이겨내기는 꽤나 어렵습니다. 게다가 타인과 비교했을 때 그 순간 내가 더 불행하다는 느낌은 더욱 불쾌하게 만들죠.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생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죽음'이죠. 생존이라는 것이 덧없고 허망하다고 느끼는 것, 죽음에 대해서 초연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작은 불행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불행도 죽음보다는 덜 불행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영원히 살 것 같고, 오래도록 만수무강하며 살 것 같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TV를 보면 각종 사고로 인해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구 반대편 전쟁이 일어나는 곳도 많고요. 그들의 예상치 못한 죽음의 전 날은 어땠을까요? 과연 행복했을까요? 내일 생을 마감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불행함을 이겨내며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내일은 더 행복해지겠지...'라는 희망과 함께요. 지인과 가족들에게 불행함을 토로하며, 인생 자체가 너무 불행하다고 원망하지는 않았을까요?
만약 그들이 내일 죽을 것을 알았다면 그랬을까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감사하게 여겼겠죠.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불행한 현실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지금 인생이 힘들다면, 지금 힘든 일은 내 긴 인생 중에 만 분의 일 정도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80까지 산다고 하면 약 30,000일 정도를 살게 되는데, 3일 정도 불행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건은 내 인생의 만 분의 일 정도의 불행밖에 되지 않는 것이죠. 0.0001%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불행하다면 80세까지 살 수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장 이번 달까지, 올해까지만 살게 된다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를 살아보세요.(내일 죽는다고 하면 너무 극단적이니까요) 불행할 틈은 사라집니다. 몇 달, 1년이 지나면 우리는 죽지는 않을 테고(생각만 했으니까요.) 뒤돌아보면 불행함을 잊고 하루하루 기쁘게 살아온 내 인생의 기록이 우리를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작은 불행 같은 것에 마음 주지 않고 진정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하루하루 살아갔을 테죠. 행복하고 의미롭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갔겠죠.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긴 인생의 3만 분의 1 정도의 사소한 일입니다. 이번 달 내내 힘든 일이 있었다면 우리 인생에서 천 분의 1 정도의 사소한 일이고요. 오늘의 불행함은 무시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10,000 분의 1이, 1,000 분의 1, 그리고 100 분의 1이 되면 조금 심각해지니까요. 나의 불행이 인생에 미치는 비중을 줄이도록 무시해버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어떤 불행도 죽음보다는 덜 불행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세요. 하루씩 죽음과 가까이 가면서 살아가지만, 그 죽음에 맞서 우리는 결국 오늘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채워나가면 그만인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