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비가 내리고, 두 사람이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 있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남자에게 ‘내 얼굴을 봐요’라고 말하는 여자. 별로 많지 않은 시간이 쉼 없이 빗물처럼 흐르는 동안.
이 노래를 생각한 건 앞의 노래 <12월 이야기>를 보고 나서였다. ‘그만 해요.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라는 대사가 나오는 연극이었다. 그 대사가 객석으로 떨어진 순간, 내 앞에 대각선 자리로 앉아 있던 오십 대 초반의 아저씨는 왜 별안간 눈물을 흘렸던 걸까.
이 연극을 보던 때는 세상이 꽝꽝 얼어붙은 겨울이었다. 그래서 처음 붙인 가사는 ‘창밖엔 눈이 내려요……’였다.
우리들 가슴속에도 흰 눈이 내릴 때 있죠
그 눈이 녹을 때까지 같이 걸어가 봐요
눈을 비로 바꾼 건, 빗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씻어서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좋아서였다. 그러고 보니 이 노래들 중 거의 유일한 사랑 노래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