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밤>의 1편 작별하지 않는다(190~199쪽)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뜻은
그들의 작업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미완성임을 암시하는 것!
『작별하지 않는다』 2부(밤)에서 작가는, 지극한 사랑은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작가는 꿈인 듯 생시인 듯, 아니면 이 세상 속이 아닌 유령의 숲으로 우리를 이끈다. 대학 시절 그의 시를 감상한 교수들이 작가에게 무당(끼)가 있다고 했다. 그의 시를 읽어보면 이런 시평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또 실제 그의 소설 속에는 그가 지었던 시문(詩文)이 구절구절 박혀 있다. 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먼저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다면 그의 소설이 시적 산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벨문학상위원회의 심사위원들이 그의 소설을 얼마나 꼼꼼히 읽고 깊이 이해했는지 알 수 있다.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장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문에서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라고 했다. 매우 적확한 수상 이유라 하겠다.
나는 특히 아래 옮긴 소설 2부(밤)의 1편 「작별하지 않는다」(190~199쪽)에서 작가가 의도한 ‘작별’의 의미를 찾으려 이 부분을 몇 번이고 읽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릴 만하다. 나 역시 읽는 데 몹시 애를 먹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이야기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욕심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시적 산문’이라는 뜻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은 이야기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 이야기 조각들을 조합해 나간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작품 속에 뿌려진 이야기 하나하나가 거의 독립적으로 빛나는 구성이다. 그래서 문단 하나하나를 한 편의 시편으로 읽어내야 하는 구절이 많다. 또는 어느 부분은 부조리극으로 보아야 하는 대목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 위로를 하게 된다. 문학적 소화력이 모자란 나에게 이 소설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인선의 목소리가 그 열기 사이로 번졌다.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