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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落下)한다. 매일 밤

이렇게 흐린 날에

민기 형(兄)이  

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이 흐리다.


매일 폭우(暴雨)가 쏟아진다고

일기예보(日氣豫報) 말하는데

하늘은 눈물만 크게  머금을 뿐

검게 흐린 구름에 가리워있다.


너무 슬픔이 북받치면

눈물은 안으로 흐르고

안타까움만 그득해진다고 하나?

김민기(사진:SBS)

민기 형(兄)

미술학도로서 그림 그리듯이

악보(樂譜) 풀어대고

힘없이 뇌까리는 곡조는

힘을 잃어버린 자들의 노여움이 되고

무대 위에서 펼쳐내는 연기자들의 몸부림으로

뱉어야 할 메세지를 토(吐)하고

자신은 빈몸이 되어

느닷없이 세상을 등지고 떠난다.


그대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도 아니면서 

어찌 그리 사고(思考)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셨단 말이오?


여전히 슬픈 구름은

하늘을 두토막 낸

전깃줄에 걸려있습니다.


민기 형(兄)

둘로 나뉜 이 세상도

당신에게 마땅치 않겠지요.


그래요.

세상은 둘이 아니라 

갈갈이 찢겨져있오.


그런데 찢겨져 나뉜 그들은  

그것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오.


학전(學田)

형이 세운 마당이

문을 닫고서야 비로소

형은 눈을 감았구려.


아동들을 향하여

꿈을 심으려고 했던

미래를 향한 형(兄)의 예지력을

지금 누가 이어갈 수 있겠소.


이제

형(兄)은 떠나고

형(兄)을 그리워하는 마음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형(兄)의 정신(精神)이 현실로 이어지는

족적(足跡)이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이기를

아우는 기대합니다.


형(兄)!

몸이 떠났다고 

마음마저 떠나지 마시고

마음은

여전히 아우들을 통해서 살아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고대하겠소.

나는 매일 밤

꿈을 꿉니다.

내 몸을 실은 엘리베이터가

수직(垂直)으로 낙하(落下)하는 꿈을.


지난 밤에도  소리지르며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주변에 아픔을 겪는 분들이

너무 많은 까닭인가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민기 형(兄)이 우리 곁을 떠나갔구려.


하늘은

아직도 흐립니다. 

언제

대성통곡(大聲痛哭)할 지 모릅니다.


나는 이렇게 흐린 구름 아래로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하룻길을 걸어가야 하니

아주 작은 바늘이

심장벽을 잘게 찌르는 것 같습니다.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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