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장 야이로와
열두해 혈루증 앓는 여인-1>
나는 이동하여
갈릴리 바다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이 때
회당을 관리하는 사람
야이로(Jairus, ιαειρος)라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매우 심각하고
다급한 표정이었다.
웃음기는커녕,
반갑게 인사하는 것 조차
서두르는 느낌이었다.
그의 직함은
회당장(會堂長 ,
ruler of synagogue)이라고 한다.
회당장 지위라면
회당 안에서 시행되는
많은 일들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공적인 예배,
회당의 기물들,
율법을 강론하는 사람들을
총괄하는 꽤 높은 사람이다.
소위 장로(長老)에 해당하는
정통적인 유대인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급히 나를 찾은 것은
중대한 일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간곡히 요청한다.
“저에게 어린 딸이 하나 있습니다.
외동딸입니다.
지금 죽게 되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 집에 오셔서 안수해주시면
제 딸이 나을 것입니다.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자신의 신분과 처지를 다 내려놓고
나를 찾은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멋진 아버지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달려오니
내가 그에게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
내가 야이로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한 일행들을
에워싸고 동행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에워쌓는지
나는 이리 밀리고
또 저리 밀리면서
걸어갔다.
내 힘만으로
나의 발걸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들이 많았다.
순간,
나의 몸에서 능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즉시 알게되었다.
한 여인이 내 옷을 만졌다는 사실을.
내가 짐작하기로
그녀는
“나는 매우 아픕니다.”라는 말을
내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여인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고백을 듣기를 원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누가 나의 옷을 만졌는가?”
내 말에
베드로가 앞으로 나서서 대답한다.
“선생님,
지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선생님의 옷을 누군가 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다시 말했다.
“내 옷을 만진 사람이 분명히 있소.
단지 옷을 만졌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능력이 나갔다는 말이오.”
제자들을 비롯해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수군수군거린다.
“능력이 나갔다고?
아니 우리 몸을 밀치고
옷에 손과 몸이 닿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야?
이런 와중에
어떻게 몸에 부딪치지 않고
다닐 수 있겠어!”
바로 그때,
한 여인이 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표정,
그러나 그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확신이 있어 보였다.
“용서하여 주세요.
저는 열두해 동안
혈루증이란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
많은 의사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 돈을 다 받았으면서
나를 치유하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나를 불결한 여자 취급하면서
조롱하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굴을 내밀고
거리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마침 선생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불결한 저의 모습을
선생님과 사람들 앞에
내 보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생각했습니다.
죽은 자도 살리고,
귀신 들린 자도 살리신 분이라면,
선생님의 옷을 만지기만 해도
나는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선생님의 옷을 만져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바르게 믿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옷을 만지는 순간,
저의 몸이 깨끗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찾으셨읍니다.
저는 건강해진 몸으로
아무도 몰래 집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음성을
거듭해서 듣는 순간
발걸음을 돌이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용서해 주세요.”
이 여인이 구구절절 하는 말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똑똑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