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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과 친구로 산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낯익은 공간
빈손으로 왔는데
무슨 연고로
쉴 틈도 없이
공간이 가득 채워졌는가?

오늘도  쉼없이
쓸모없는 물건을 선별하여
분리수거장으로 옮기웠거든
아직도
빈공간을 찾을 수 없네

지나간 세월
나의 수고와 땀은
가치있는 곳에 씨를 뿌렸나
쓸모없는 곳에 씨를 뿌렸나

돌이켜보면
버릴 것을 위해
나의 열정이 쏟아진 것은
아닐까?

여전히
공간에 가득 자리잡은 그들도
수일 내로 떠나야할 터.
혹 그들보다 내가 먼저
낯익은 터전을 떠나야 할 지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깊이 내쉰 후
지나간 삶의 족적을  더듬어본다.

돌아다보니
내가 걸어온 흔적은
다 사라지고
나는 새로운 흔적을 새기기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디딘다.

무엇을 남기려고
또 자리를 옮기는가?


뒤로 돌아갈 수 없기에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무엇인가 그림자라도
나의 뒷모습에 남겨지기를
기대하면서.

또 앞으로 간다.
방금 밟아온 발자취도
사라져 다시 볼 수 없음을
알면서도
흘깃 뒤를 훔쳐본다.

그래
나는  언제나
오늘이라는 그림만을
그리고 있는거야.

그래

난 언제나

"지금"과 친구로 지내기로 했어


어제나  내일은
내겐 없어.

실제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거든
단지 아쉬워하거나
그리워하기만 했을 뿐.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이겠지.

넋두리를 내뱉으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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