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또다시 폭설(瀑雪)이

이런 날도 있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내리는 눈으로

때아닌 비상상황을 맞이했다.


역대 3위, 28.5cm

폭설(瀑雪)


퇴근은 잘 할 수 있을까?

혹 사무실에서

밤을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면서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오후 세시

장콜을 예약했다.

대기인원 69명.

Wow Wow!!!


두시간 만에 연결될까?


감사하게도 5시 10분.

전화벨이 울렸다.


아니  잠시 전 대기가 15명이었는데.

기적같은 일이다.

나는 5시 40분에 장콜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뉴스를 본다.

"내일도 폭설이라고."


오늘처럼 또 시도해봐야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초저녁부터 꿈나라로 올인한다.


새벽4시 불현듯 캄캄한 새벽을

맞이한다.


어제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었나?


여전히 창밖에는

쉬임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덧

새벽 여섯시 반.

어제와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장콜을 예약했다


어제보다 이른 시각에 장콜이 연결되었다


'오늘은 찍어두어야지!'

장콜에  탑승하자마자

카메라를 열었다.

차창(車窓)바깥에 펼쳐진

한강고수부지의 설경(雪景)을 향해서.


과거 목발을 짚고 다녔던

50여년전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목발을 짚고 학교를 오고 가던 그 시절.

한겨울 털신을 신고

눈덥힌 길을 비틀거리며 다녔다.

종종 동상(冬傷)으로 고통을 겪으며

다녔던 그 겨울이.


눈덥힌 도시를 구경하거나

즐길 여유(餘有)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젠

차를 타고

눈이 덮힌 한강을 찍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또다시 폭설이?


어쨌든 이 순간을

즐기자.


새로운 낯선 경험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