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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담글 줄 아세요?(2)

김장 나눔의 문화

겨울이 다가오면

김치를 많이 먹던 적게 먹던 간에

김장을 준비하는 것이

상례(狀禮)이다.


예년과 같이

나는 물색을 했다.

"어느 곳에서

 김장김치를  얻어올까?"


아파트에 거주한 이래로

김장을 담근 기억이 없다.


늘 농사를 짓고 계셨던

장인장모님에게 얻고

축산업을 하고 있는

막내누이에게 얻곤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마침 연락이  왔다.

"김장김치 필요하세요?

  드릴테니 오세요."


나와 아내는

복음(福音,Good News)을 들은 듯

쏜살같이 달려갔다.


10kg박스로 10개.

무려 100kg.


아내의 입이  벌어졌다.

"아니 저렇게 많은 김치

 어디에 보관해요?"

이미 아내의 머리 속은

혼란으로 엉크러져 버렸다.


"걱정하지 마요

 없는 것이 문제이지

 있는 것이  왜 문제가 되요?"


나는 서둘러서 차에 실었다.

순간  작은 차가 중형차로 변했다.


나는 차를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를 보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몇박스가 필요한 거요?"

아내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두박스면 충분해요.

  이미 다른 곳에서 받은 것도 있고

  내일 교회에서 또 줄 것이고."


서울로 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나는 전화를 걸었다.

로하신 친정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늘 함께 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명희씨가 생각이  났다.

그녀는 커리어우먼이다.

늘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는데,...


"여보 명희씨가

 김치 필요하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려왔다.

"안녕하세요? 왠일이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치거나 짜증이 없다.

늘 힘든 일을 해나가면서도.

"김장김치 필요해요?"

나는 다짜고짜 물었다.

그녀의 음성은 "김장"이라는 단어에

이미 흥분한 듯 하다.

"그럼요 물론이지요."

나는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네박스 드릴테니

  주차장에서 만나요. 1시간 뒤에."


나는 다시 전화를 돌렸다.

발달 장애자녀를 돌볼 뿐 아니라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채목사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그는 내가 전화를 걸 때마다

항상 들떠있다.

그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물질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정보이다.


"혹시 김장김치 필요해요?"

경기도에 있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네? 김장김치요?"

나는 부연설명없이 말했다.

"약 30kg이 있는데 필요하다면

 드릴 수 있어요."

이미 그의 표정은 활짝 펴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아세요.

  우리집도, 공동체에서도

 김치가 똑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나는 아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거봐요 필요한 곳이 있어요

  우리는 전달만 해도 되요."

 아내의 얼굴에는 이미 김치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표정이 사라지고

정돈된 평안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두르지말고 2시간 내로

  우리집에 와서 가져가세요."

채목사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친구이다.

"네 알겠습니다 달려 가겠습니다."


어둠이 빠른 속도로

도시를 장악했다.


채목사의 도움으로  남은 김장김치는

우리 집 안으로 이동했고

차 안에 가득했던 김장김치는

각기 있어야 할 곳으로 갔다.


나와 아내는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옮겨놓고

짧지만 전쟁같은 한루일과를 마치고

방 한 가운데 널브러졌다.


바로 그때

아내의 전화벨이 울린다.

보나마나 명희씨이다.

"사모님.

 친정엄마가 김치

  너무 맛있다고  해요.

  저도 맛을 보니

  진짜 진짜 맛있어요."


김장김치 맛을 본 후기(後記)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둘은

단지 받아서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만 했을 뿐인데

웬지 큰 보람과 감격이 몰려오는

그 느낌은 토요일 오후

우리 부부에게 의미있는 날로

가득 채운다.


그래.

이거야.

한겨울을 지내기 위해

여럿이 함께 모여

김장김치를 담그고

겉저리와 양념이 된 속을

수고한 이웃과 나누는 모습.


김장김치 담그기 끝나면

돼지고기 수육을

양념된 시뻘건 배추속에 담아

크게 한입 먹으면서

까르륵 까르르 웃으며

힘들었던 시름을 덜어내는 광경.


바로 이게 우리의 문화요

이를 통해 이웃끼리 사랑과 정을 나누며

하나됨을 만끽하게 누리는 것


이처럼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가

또 어디에 있을까?


이런 문회는

사라지지 말고 계속 이어지길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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