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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평범하게 행복할 용기 이계윤
Dec 24. 2024
멈추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어요
주일 아침이다.
이번주에는 성탄절(聖誕節)이 있어서
조금 일찍 움직일까?
나는 장콜을 예약했다.
주일아침에는 연결이 조금
수월하니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지
역시 기대한 대로
20분도 채 지나지않아
폰이 울렸다.
"
10분 뒤 도착합니다."
나는 육중한 몸을 가볍게 움직여
전동휠체어에 올랐다.
바깥기온이 조금 낮다고 하니
두터운
파커에
모자를 쓰고
딸이 독일에서 사다준 장갑을 끼고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서 있었다.
나는 내림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불빛이 사라졌다.
다시 폰이 울렸다.
"
거의 다 왔습니다 내려오세요."
장콜
기사님의 상냥한 목소리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가동되지 않았다.
난감했다.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취했다.
"
엘리베이터가 멈췄습니다."
장콜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내려갈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일정은 죄다 취소가 되는구나.
'아니 며칠 전 저녁에도 고장이더니
도대체 며칠 지났다고 또 고장이야."
엘리베이터 화면에
5라는 빨간색 불빛만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나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
화재(火災)가 나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을 이용해주세요.
"
이 멘트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전동휠체어를 이용자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렇다.
단지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
즐거워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오후 늦게 되어서야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
여보 저녁 먹으러 나갑시다."
그래.
예수님 오신 성탄절 행사는
성탄절에나
맞이해야지.
이렇게 일요일 하루는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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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주일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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