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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어요

주일 아침이다.

이번주에는 성탄절(聖誕節)이 있어서

조금 일찍 움직일까?


나는 장콜을 예약했다.

주일아침에는 연결이 조금 수월하니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지


역시 기대한 대로

20분도 채 지나지않아

폰이 울렸다.


"10분 뒤 도착합니다."


나는 육중한 몸을 가볍게 움직여

전동휠체어에 올랐다.

바깥기온이 조금 낮다고 하니

두터운 파커에 모자를 쓰고

딸이 독일에서 사다준 장갑을 끼고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서 있었다.

나는 내림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불빛이 사라졌다.


다시 폰이 울렸다.

"거의 다 왔습니다 내려오세요."

장콜 기사님의 상냥한 목소리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가동되지 않았다.

난감했다.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취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습니다."

장콜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내려갈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일정은 죄다 취소가 되는구나.


'아니 며칠 전 저녁에도 고장이더니

  도대체 며칠 지났다고 또 고장이야."


엘리베이터  화면에

5라는 빨간색 불빛만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나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화재(火災)가 나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을 이용해주세요."

이  멘트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전동휠체어를 이용자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렇다.

단지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


즐거워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오후 늦게 되어서야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여보 저녁 먹으러 나갑시다."


그래.

예수님 오신 성탄절 행사는

성탄절에나 맞이해야지.


이렇게 일요일 하루는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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