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별다방에 앉아서

수다 속의 수다

모처럼 일찍 퇴근했다.

약속이 있는데

예정보다 두시간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별다방에 앉아서 자조론을 펼쳤다.


테니슨의 싯귀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늘 의젓할 수 있으리

이 사람 외에. 수많은 추억이 있지만.


상냥함을 잃지않고 그 어느 때나

사람들과 사귀던 우아한 선비.

고상한 모습이 꽃과 같더라

이 사람이 타고난 우아한 마음.


그래서 욕 없이 듣던 이름

'신사' 아, 숭고하도다."


우아하고 고상한 싯귀를 읖조리는데

삼각형 테이블에 앉은 객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누는 잡담들이

뒤섞여 귓전을 울린다.


한 구석 귀퉁이에서는

수담(手談)이 쉼없이 오고간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무척 요란하고 큰 소음(騷音)이

안구(眼球)의 습기가득한 면을

거친 파동으로 두드린다.


바로 옆 자리의 십대후반

아니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은

꺄르륵 웃음소리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고막(鼓膜)을

찢고 있다.


나는

사뮤엘 스마일즈(Samuel Smiles)의

자조론(自助論)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촉각을 곤두 세웠다.


"인격(人格)이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


그럴듯한 글귀가 눈 앞에 어른거린다.


이런 분위기가 제공되는 공간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를 보며 근무를 하고

책을 보면서 하루종일 지낼 수 있을까?


그들의 정신능력은 신묘막측하다.


어제 아침에 일어난

무안사태에 대해서

옆 좌석의 청년 둘은

동일한 항공사의 비행기를

계속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토론한다.


아마 이들의 관심사에는

무안사태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애도(哀悼)하는 마음은

전혀 없는 것과 같다.


그래 이 땅을 떠나고 있는

영혼들에 대해 애도하는 심정을

강요한다면

일년내내 밝은 표정을 지을 날을

손꼽아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의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이들과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겠지?


세상에는

희노애락애오욕의 순간과 일화가

동시에(simultaneously) 일어나기에

공감의 기회도

다양하리라.


나는

지금도 다양한 주파수를 가진

수다 속의 수다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