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anna 리애나 Dec 11. 2023

저는 작가를 꿈꾸는 Scientist 입니다

현실의 벽 vs 마음속의 꿈, 나는 호주에서 이렇게 산다

어머? 이거 네가 쓴 거 맞아?

엄마가 써주신 거 아니지?

초등학교 시 쓰기 숙제로 써온 내 시를 보고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이다. 내 힘으로 열심히 써왔는데 왜 저런 말을 하시지? 어린 마음에 속상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내 곧, 그 말은 칭찬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집에 오니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시를 읽으셨다.


글쓰기 대상,

국어시험 전교 1등,

어릴 때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던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이과와 문과 중 당연히 문과를 선택하고 싶었다.


사진작가였던 아버지와 광고 마케터였던 어머니는 IMF로 사업과 직장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원하셨다. 그래서 나는 취직이 잘 된다는 이유로 이과를 선택했고, 무슨 직업인지도 모르는 임상병리학과를 지원했다.


당연히 적성에 맞을 리 없었고, 나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다녀온 호주워홀을 시작으로 해외생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적성에 안 맞는 학과공부대신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도 못하던 나는 잘 다니던 병원을 관두고, 미친 듯이 영어공부와 면접준비를 해서 그렇게 승무원이 되었다.




안정적인 직업에 관심이 없었던 나도, 결혼을 하고 나니 현재의 생활이 불안정함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호주로 이민을 결정하며 전공을 살려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는 Lab scientist로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전문직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고 원래 안 맞던 적성이 다시 뿅 하고 맞아지진 않더라. 갑자기 잊고 있던 작가라는, 마음 저 구석에 있던 내 어린 시절의 꿈이 "나 여기 아직 있어" 하고 외치고 있었다.



하루 8시간, 주 5일, 내 인생의 반 이상을 좋아하지 않는 직업을 하며 사는 게 맞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라며 "원래 인생은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가족과 건강과 같은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이외에, 사람들은 각각 삶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이는 사고 싶은걸 마음껏 사는 것, 경제적 자유를 이뤄 일을 안 해도 되는 것, 일과 개인생활의 워라밸을 지키며 사는 것,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는 것, 유명해지는 것,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 예쁘고 날씬해지는 것, 매일 즐겁게 사는 것 등.




내가 나를 이제 좀 알게 된 지금, 나에게는 매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내 삶에서 가족과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지 않는 일을 주 5일 하는 대신 주 3일로 줄이고 대신 이틀은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호주는 풀타임 (주 5일 근무), 파트타임 (주 2-3회 근무), 캐주얼 (매주마다 근무시간표를 받아서 근무시간표에 따라 근무)이라는 다양한 근무제도가 존재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혹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근로형태를 처음부터 선택해서 지원하거나 회사와 상의해서 바꿀 수도 있다.


나는 이제 갑자기 모든 걸 뒤로하고 내 꿈만을 따라갈 20대의 패기는 없지만, 현실과 꿈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많은 걸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하나쯤은 나를 위해서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며 나는 이렇게 호주에 산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호주에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