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수 많은 거절을 마주했다.
그 거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식사를 좀 도와드릴까요?"
"화장실 가는 길에 부축해 드릴까요?"
"음료수 병뚜껑이라도 따드릴까요?"
"됐다. 아직은 아니다."
"다 할 줄 안다."
손사레 치며 폴대를 끌고 힘겹게 떠나는 환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직은, 나 잘 할 수 있다.' '아직은, 나 거뜬하다.' '아직은, 나 혼자 할 수 있다.'
그 투박한 말속에는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오롯이 나로 서 있겠다는,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자존심이 서려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병뚜껑 하나 따는 일'이, 이곳에서는 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해내는 숭고한 작업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분들이 지키고 싶었던 건 단순히 도움받지 않는 편함이 아니라,
끝까지 인간답고 싶었던 삶의 주권이었다.
환자분들이 땀을 흘리며 어렵게 병뚜껑을 따는 그 찰나의 순간에 이제는 서둘러 손을 내밀지 않는다.
대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나의 환자들 곁에서,
그 찬란한 분투를 조용히 응원해 드릴 뿐이다.